한국은행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과 관련해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 쏠림이 심화될 경우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환율 수준 자체보단 상승 속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며 달러 유동성은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31일 "외국인 주식자금과 관련된 자금 유출이 많이 이뤄지고 있어 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 심리나 쏠림이 뚜렷해지고 통화 간 괴리가 심해지면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국장은 "특정 환율 수준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지만 속도 측면에서 빠르게 올라왔다고 보고 있다"며 "달러 대비 원화 절하 속도가 상당히 빠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환율 상승 배경으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를 함께 지목했다. 그는 "외국인 주식자금이 매일 큰 규모로 나가면서 수급 측면에서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중동 상황과 맞물리며 원화가 상대적으로 더 압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환율 수준 자체는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환율 수준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위기와 연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환율 수준이 아니라 달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달러 유동성 상황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현재 달러 유동성은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달러를 빌리고 운용하는 시장을 보면 차익거래 요인이 거의 눌려 있거나 마이너스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달러 자금 조달이나 운용에 전혀 문제가 없고 유동성 상황은 좋은 상태"라고 밝혔다.
향후 수급 개선 요인으로는 WGBI(세계국채지수) 관련 자금 유입을 언급했다. 윤 국장은 "WGBI 자금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외환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유입된 것은 아니어서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시장 안정화 조치가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4분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총 224억67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이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4분기 모두 달러 순매도를 이어갔다. 1분기 29억6000만달러, 2분기 7억9700만달러, 3분기 17억4500만달러 순매도다.
윤 국장은 "작년에 달러 수급 불균형이 매우 심했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비교해 거주자가 들고 나가는 자금이 많았다"며 "10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자금 규모가 경상수지의 3배 정도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는 원화와 다른 통화 간 괴리가 굉장히 심하게 나타났었는데 연말 조치 이후 괴리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효과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시에는 수급 불균형이 주요 요인이었지만 현재는 중동 상황 등 외생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국장은 "국제통화기금(IMF)나 신평사들도 한국의 대외 부문에 대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버퍼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순대외자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는 등 대외 포지션이 양호하고 대외 충격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의 부정적 영향도 언급했다. 그는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의 마진이 축소될 수 있다"며 "식료품 가격 상승 등으로 취약계층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기본적으로 변동환율제 원칙을 유지하되 과도한 변동에는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윤 국장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 방향으로 심리가 쏠리는 경우 당국이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며 "환율 변동 속도가 과도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기본 스탠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