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뺏기고 회사 문 닫았다"...대기업 '기술탈취' 호소한 중소기업

세종=오세중 기자
2026.04.08 05:38
기술 탈취 분쟁 피해기업인 심재용 엔이씨파워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6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간담회'에서 입장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긴 시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수십 년간 지켜온 중소기업의 기술은 대기업에게 뺏겼습니다. 회사는 문을 닫았으며 창업자는 억울함 속에 눈을 감았습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기술 탈취 피해 중소기업 기자간담회'가 7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내 1위 죽염 제조사 인산가와 8년여 간 소송을 벌이고 있는 씨디에스글로벌측의 김찬미 변리사는 대기업 기술탈취로 회사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김 변리사는 김지완 현 씨디에스글로벌 대표의 딸이다.

이날 현장에는 기술탈취 피해를 주장하는 중소기업 4곳이 참석해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엔이씨파워, CGI, 티오더, 씨디에스글로벌로 각각 SK에코플랜트, 한화솔루션, KT, 인산가와 기술탈취 문제로 분쟁 중이다.

이날 간담회는 공익 재단법인 경청과 김종민 무소속 의원,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먼저 김 변리사는 씨디에스글로벌과 죽염 제조사 인산가의 소송전 상황을 전했다. 2008년 인산가와 죽염 용융로 개발 및 납품 계약을 맺은 씨디에스글로벌은 죽염 용융로를 개발해 납품했다.

그러나 인산가가 납품후 8년 뒤 2016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무단으로 기술을 사용해 특허를 출원했다. 씨디에스글로벌이 8년간 납품하면서 제공한 도면이 그대로 특허로 출원했다고 김 변리사는 주장했다.

김씨는 "빼앗긴 기술을 되찾기 위해 2018년 9월 길고 고통스러운 소송을 시작했고 4년 반이라는 피 말리는 시간 끝에 2심인 특허법원은 인산가의 행위가 명백한 무권리자 출원임을 인정하고 전부인용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산가는 대형 포럼을 앞세워 이에 불복해 상고를 진행했고 이 사건은 3년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심지어 처음으로 '완전연소 장치'를 개발한 故 김지원 회장은 최종판결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또 엔이씨파워는 SK에코플랜트와 친환경 소각로 솔루션 기술로 분쟁 중이다.

엔이씨파워는 SK에코플랜트가 자신들로부터 운영 솔루션 개념 기술설명회, 현장 실사 및 간이 기술진단, 솔루션 구조 설계 등을 제공 받은 후 본 계약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계약이 무산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SK에코플랜트는 인공지능(AI) 기반 소각로 운영 최적화 솔루션 개발을 발표했다.

심재용 엔이씨파워 대표는 "SK에코플랜트는 사전에 이미 알고 있는 당사의 경영상태를 이유로 들어 정식계약 체결을 거절했지만 (우리는) 투자를 받아 재무 리스크가 해소된 상태였다"며 "이후 불과 1년 만에 SK에코플랜트가 당사 솔루션의 핵심 사상과 유사한 특허 4건을 출원했다"고 말했다.

국내 테이블오더 플랫폼 시장 점유율 65%를 기록 중인 티오더는 KT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KT가 사업협력 논의 및 인수 실사 과정에서 핵심 사업 아이디어와 영업비밀을 제공받은 후 동일한 서비스인 하이오더를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권성택 티오더 대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생존을 넘어 아이디어 하나로 도전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더 이상 대기업의 기만적 행위 앞에 무너지지 않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발언자로 나선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CGI는 한화솔루션과 방열기기 기술로 분쟁 중에 있다. CGI는 한화솔루션이 M&A 명목으로 핵심기술과 관련된 내밀 정보자료에 대한 기술실사를 진행한 후 협상을 결렬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화솔루션이 이후 유사한 기술과 동일한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해 삼성에 납품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중소기업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들은 협력이나 투자제안 후 중기로부터 기술을 제공받은 후 협력이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유사제품을 내놓아 해당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로펌을 선임해 긴 소송을 이어가며 중소기업을 압박했다는 것도 유사하다.

이날 간담회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대기업의 입증 책임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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