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다른 정유사 기름 40% 섞어팔 수 있다…'사후정산'도 폐지

세종=박광범 기자
2026.04.09 11:00

공정위, 정유업계·플라스틱 업계 상생협약…플라스틱 수요 대기업, 원재료 비용 상승분 납품대금에 선반영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5회 공정거래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국내 주유소가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S-Oil, GS칼텍스 등 각각 다른 브랜드 유류를 혼합해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주유소가 공급받는 유류의 40%는 다른 회사 제품으로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정유업계는 또 원칙적으로 사후정산을 폐지하고 일일 판매기준 가격을 사전에 확정해 공시하기로 했다.

여기에 플라스틱 업계는 가공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납품대금에 원재료 비용 상승분을 반영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정유업계 및 플라스틱 업계와 상생협약을 각각 체결했다.

먼저 정유업계와 상생협약을 통해 정유사들이 전속거래계약과 사후정산 등 거래 관행을 탈피하기로 했다.

최근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사가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격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정유사와 상표주유소 간 전속계약으로 시장 내 가격 경쟁이 제한된단 지적이 제기됐다. 전속계약이란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공급받는 계약을 의미한다.

상생협약에 따라 주유소들은 상표 사용을 계약한 정유사의 제품을 60% 이상 구매하는 혼합판매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즉 주유소가 공급받는 유류의 40%는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채울 수 있단 의미다.

'사후정산' 방식도 개선한다. 현재 정유사는 주유소에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 등을 기준으로 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월 말에 확정된 가격으로 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유소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정유업계는 사후정산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일일 판매기준 가격을 사전에 확정해 공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해당 개선 내용을 '석유유통업종 표준대리점거래계약서'에 반영할 예정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전속거래계약과 사후정산제 등 오랜 기간 정유업계에서 이뤄져 온 관행들이 이번 상생협약 체결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혼합판매 활성화를 통해 시장경쟁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며 투명한 가격 결정을 통해 주유소가 더욱 자유롭게 소비자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등 주체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는 플라스틱업계와 상생협약도 체결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재료 비용 인상 부담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납품대금에 비용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수요 대기업들은 △원재료 비용 상승분을 반영한 납품대금 조정 △납품대금 조기 지급 △원재료 수급의 어려움에 따른 납품기일 연장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해당 협약 내용을 잘 준수한 우수기업에 공정거래협약 평가 시 가점부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주 위원장은 "수요 대기업들이 중동전쟁에 따른 원재료 상승분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납품대금을 조정하고 협력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납품기일 연장 등에 적극 나선 것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납품대금 연동 문화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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