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계 여유자금이 27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소득 증가가 지출 증가를 웃돈 데다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 감소, 주식·펀드 투자 확대 등이 겹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5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6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15조5000억원)보다 54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9년 자금순환 통계를 낸 이후 최대치다. 기존 최대였던 2024년(215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가계·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2021년 167조8000억원, 2022년 196조3000억원, 2023년 170조2000억원 등과 비교해도 큰 폭 확대됐다.
순자금운용은 예금·주식·채권·보험 등 금융자산 취득에서 금융기관 대출 등 자금조달을 뺀 금액으로 경제주체의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가계 여윳돈이 늘어난 것은 소득 증가가 지출 증가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가계 소득 증가율은 2024년 3.3%에서 2025년 3.5%로 확대된 반면 지출 증가율은 3.0%에서 2.2%로 둔화됐다.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도 36만3000호에서 27만9000호로 줄었다.
금융투자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은 106조2000억원 증가해 2021년 119조900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가 상승 영향으로 가계의 주식 및 ETF·펀드 투자 확대가 관련 운용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가계 자금운용 규모는 342조4000억원으로 전년(248조8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와 보험·연금 준비금 중심으로 증가했다. 자금조달도 금융기관 차입 증가 영향으로 72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기업은 투자 둔화 영향으로 순자금조달 규모가 줄었다.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34조2000억원으로 전년(77조5000억원)보다 축소됐다. 기업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가 둔화된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순이익 증가로 유입된 현금이 투자보다 금융기관 예치금으로 우선 쌓이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투자 집행을 미루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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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정부는 재정지출 확대 영향으로 자금 수요가 커졌다. 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는 52조6000억원으로 전년(36조1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이는 2020년(48조700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국외부문에서는 해외투자 확대 영향으로 순자금조달 규모가 158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거주자의 해외주식 매입 증가 영향이 컸다.
한편 지난해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전년말(89.6%)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출 규제 영향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명목 GDP 증가율보다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