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만에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자연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지정한 데는 친족(동생 김유석)의 '실질적인' 경영참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2024년, 올해 3차례의 심사 이후 김 의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는데 불과 2년 전까지 충족했던 법인 동일인 예외요건을 불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인한 청문회와 공정위 신고접수 등으로 허위자료 제출여부를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친족의 경영참여가 드러났다.
다만 공정위의 판단이 달라진 데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간 친족경영 참여가 꾸준히 지적됐으나 '형식적인 참여'에 그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29일 열린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중요한 건 직급·보수의 형식적 측면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등기임원하고 보수 수준이 과연 유사한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급 같은 경우에도 쿠팡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등급이 있는데 그 등급과 비교했을 때 김유석 부사장 같은 경우 거의 최상위 등급이라는 걸 현장조사 때 추가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을 처음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도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했다. 김 의장이 쿠팡을 사실상 지배한 것으로 봤지만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외국인이 총수인 경우 사익 편취 규제 등 제재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제도적 미비가 자연인의 동일인 지정을 막아준 셈이다. 공정위는 2024년 5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시행하면서 법인 동일인 예외요건을 마련했으나 쿠팡이 이를 모두 총족했다고 봤다.
그러나 세 번째 심사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공정위가 새로운 정보로 친족인 김 부사장의 실질적인 경영참여 정황을 파악하면서다. 공정위는 현장조사에서 다른 등기임원들의 보수 등을 직접 확인해 복합적으로 김 부사장의 지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대외적인 직급보단 회사 내부의 영향력을 살폈단 설명이다. 실제로 내부엔 최상위 등급의 임원이 1명, 바로 아래 등급이 김 부사장으로 대표이사급이었다고 한다.
최 국장은 공시를 통해 이를 확인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개별 공시가 아니라 결국 쿠팡 집단 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등기임원 등을 상대적으로 비교해야 해 개별 공시만으로 파악하긴 한계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동안 쿠팡의 자료제출만으로 동일인 지정여부를 판단하다가 현장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단 취지다. 이번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단순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동일인 지정여부를 판단하는 현 구조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최 국장은 "(동일인) 지정 외에 허위자료 제출하고도 연계가 되는데 이 부분은 지정과 다르게 별도(제재여부 등)의 법적 요건이나 이런 걸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