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만 있는 동일인 제도, 문제는
공정거래법 적용 받을라 우려
美빅테크 국내 투자에도 영향
통상마찰·정치갈등 가능성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했고 쿠팡은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그만큼 재계는 동일인 지정을 부담스러워한다. 각종 규제와 법적 책임까지 뒤따르는 탓이다. 김 의장은 국내법(공정거래법)을 적용받게 된 첫 미국법인 CEO(최고경영자)가 됐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관리를 시작한 1986년 이후 40년 만의 첫 사례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동일인 제도는 1986년 대기업집단 규제와 함께 도입됐다. 동일인은 정부의 대기업집단 규제의 기준점이다. 쿠팡과 같이 동일인이 자연인일 경우 좀더 강화된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즉 사익편취행위 규제가 적용되는 대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로 한정된다. 기업집단 현황 등에 대한 공시의무도 생긴다. 대상은 자연인인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이 단독 또는 다른 특수관계인과 함께 20% 이상 주식을 보유한 국외 계열사의 주주구성 등이다.
아울러 해외 계열사가 국내 계열사 주식을 직간접으로 보유한 경우에는 해외 계열사의 동일인 주식보유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의무 역시 동일인에게 부여된다. 계열사, 친족, 임원 등의 자료를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데 고의로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제출하면 동일인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여러 부담 탓에 재계는 동일인 제도의 단계적 폐지 등을 주장해왔다. 동일인 제도는 한국에만 있다.

업계에선 미국 상장사 CEO인 김범석 의장의 총수 지정은 앞으로 다른 미국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의 국내투자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 등 해외기업 CEO들도 국내투자 자산이 5조원을 넘게 되면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현재 애플코리아(2조60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1조원) 테슬라코리아(5709억원) 페이스북코리아(2869억원) 등이 국내에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3년 25억달러(3조3000억원) 투자계획을 밝혔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오너여서 이들 기업의 국내법인 투자규모가 늘어나면 동일인 지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양국의 통상마찰과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행정부 이전인 바이든정부부터 "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우려를 표명해왔다. 최근 미국 공화당 내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은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취지의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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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각종 공시의무를 이행하고 있어 동일인 지정으로 한국 정부에도 공시와 자료제출 등을 요구받게 된다는 '이중규제' 지적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동일인 제도는 과거 한국의 특수한 기업 지배구조를 전제로 형성된 것으로 기업 경쟁구도가 글로벌로 확장된 상황에서 갈라파고스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