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 탓에 발생한 중동 리스크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중·일과 아세안 국가들이 위기 시 즉각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공동 자금 지원 체계를 개편해 속도와 실효성을 높이겠단 구상이다.
한국은행은 유상대 부총재가 3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제26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제29차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역내 경제 리스크 대응과 금융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참석국들은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등 역내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금융여건 긴축, 자본 흐름 변동성과 환율 불안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 대응을 강화하고, 공급망 안정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회원국들은 위기 시 보다 빠르고 확실한 자금 지원이 가능토록 기존 금융안전망 구조 개편에도 나섰다. 긴급 자금 지원을 위한 '신속금융프로그램(RFF)'의 조기 발효를 위해 협정 개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기로 했다.
또 역내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해 회원국들은 2400억달러 규모의 다자간 통화스왑 체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앞으로 CMIM는 각국이 미리 자금을 출연해 두는 '납입자본(PIC)'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은 관련 로드맵을 승인하고, 제도 설계를 위한 주요 원칙 중 대부분에 합의했다. 남은 쟁점에 대해서도 조속히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유 부총재는 "중동 사태로 역내 금융안전망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PIC 전환이 위기 대응의 신뢰성·가용성·대응성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등 글로벌 금융안전망과의 연계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회원국들은 금융협력 범위도 확대키로 했다. 중앙은행 간 고위급 대화를 처음으로 개최하고 국경 간 결제 연결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아시아 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를 주식·파생상품까지 포함하는 '아시아 채권·금융시장 이니셔티브(ABFMI)'로 확대·개편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도 CMIM 금리 구조 개선, IMF 비연계 지원 비율(IDLP) 관련 논의, 위기 대응 모의훈련 등 금융안전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한편 차기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2027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릴 예정이며 한국과 싱가포르가 공동 의장국을 맡는다. 한국은행은 공동 의장국이자 CMIM PIC 실무그룹 공동 의장으로서 역내 금융안전망 강화 논의를 주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