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년만에 수출 품목 기준을 개편한 것은 급변하는 글로벌 수출 현실에 맞지 않던 왜곡된 통계를 바로 잡기 위해서다. 기존 통계로 잡히지 않았던 수출 현황을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등으로 세분화해 정부의 정책 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6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수출입 통계 개편안에 따르면 반도체, 자동차 등 15대 주력품목으로 분류되던 기존 통계는 20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중간재인 전기기기·비철금속이 추가됐고 소비재인 농수산식품·화장품·생활용품을 추가했다. 최근 변화한 수출 구조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 통계는 각 산업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도체의 경우 집적회로라는 단일 코드로 묶여 있어 D램 가격이 급등하면 시스템 반도체가 부진해도 전체 수출이 호조인 것처럼 보이는 왜곡이 발생했다.
향후 시스템 반도체가 부진하다는 데이터가 명확해지면 정부는 즉각적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수출 금융 지원이나 설계(팹리스) 인력 양성 예산을 집중해서 조치에 나설 수 있다.
주요 수출 상품인 메모리 내에서도 D램과 낸드플래시를 세분화시켰다. 업황에 따른 실적 변동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AI 서버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D램 수요가 증가해도 스마트폰이나 가전 시장이 침체되면 낸드 수요는 정체될 수 있어 분리될 경우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수출의 주요 축인 배터리 소재 통합과 자동차 체계 재배치도 단행했다. 배터리 산업은 양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여러 코드로 분산돼 있던 소재들을 하나로 통합해 전체 밸류체인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공급망 관리에 최적화된 구조로 재편하면서 특정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자동차 분야 역시 '친환경차' 중심의 시장 변화를 반영했다. 과거에는 차종과 엔진 방식이 혼재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승용·화물 등 '차종'을 상위에 두고 내연기관·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엔진 방식'을 하위로 구분한다. 이를 통해 전체 자동차 수출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쉽게 구분하게 됐다.
기존 수출 통계에서는 신차와 중고차가 섞여 있어 중고차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경우 완성차 실적과 구분이 어려웠는데 별도 코드로 분리하면서 세밀한 파악이 가능해졌다.
바이오헬스도 의약품과 의료기기로 구분했다. 철강은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철강재' 기준과 일치시키면서 기타철강재, 원부자재를 기타 철강금속제품으로 이관했다.
농수산식품으로 분류됐던 천연소재, 생활용품으로 분류됐던 가방·신발·벨트도 섬유 카테고리로 통합했다. 일반 기계도 업계 요청을 반영해 하위 분류인 제조장비, 산업기계, 에너지기계, 기계부품을 실제 산업별 분류와 일치시키면서 세밀도를 높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품목 코드가 같으면 리튬이온전지 수출이 증가해도 이차전지 전체가 감소할 수 있다"며 "개편 전에는 이차전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따로 분리해 놓으면 전체는 감소해도 지금 타깃으로 하고 있는 품목은 증가해서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다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세부적인 수출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