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기업집단의 가족 중심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하고 이러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혁신 역량과 한국 시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6일 필리핀 마닐라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25차 국제경쟁네트워크(ICN·International Competition Network) 연차총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국에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의 매출액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약 79%(최근 5년 평균)에 달하며 이들 대기업집단 내 내부거래도 GDP 대비 약 31%(최근 3년 평균)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경제력 집중은 시장의 역동성을 약화시키고 중소기업 성장의 기회를 차단해 주요 시장 독과점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및 부당한 경영권 승계는 기업 가치와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경쟁당국은 적어도 지난 30년 동안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부적절한 관행을 감시하며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 경제의 모습은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대기업 집단으로의 경제 집중이 가져오는 또다른 부작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한 교섭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정 관행"이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대기업과 대등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협상력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미비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또 "플랫폼 경제의 급속한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소·소상공인에 대한 각종 불공정 행위 역시 오늘날 공정위가 직면한 핵심적인 당면 과제"라며 "특히 대다수가 영세 사업자인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들은 플랫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플랫폼 경제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 위원장은 경제적 제재 경화 등 제재 수단의 효과성을 높이고자 하는 공정위 정책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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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먼저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부당 이익을 현저히 초과하는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의 낮은 과징금 부과율 상한을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부과율 하한과 반복 법위반에 대한 가중치 등에 대한 하위 규정 개정을 통해 법 위반 억제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수준의 경제적 제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공정위는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현행 관련 매출액의 최대 6%에서 최대 20%까지 높일 방침이다. 또 담합(부당 공동행위) 사건은 중대성에 따른 과징금 하한을 최대 20배 높였다. 구체적으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10.5%→18%) △중대한 위반행위(3%→15%)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0.5%→10%) 등으로 과징금 하한을 각각 상향했다. 아울러 조사 불응 행위에 대해서도 전체 매출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도입함으로써 조사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주 위원장은 "강화된 과징금을 재원으로 불공정거래 피해 구제 기금을 조성해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담합과 기술유용 등 중대 법 위반 행위를 제외한 일반 불공정 행위에 대한 형벌은 폐지한단 정부 방침도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형벌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중대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회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과 관련해선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갑을관계를 규율하는 '공정화법'을 우선 처리한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측 반발이 큰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부분은 제외한 일종의 절충안이다.
주 위원장은 "플랫폼 경제의 납품 사업자, 소비자 등 플랫폼 이용자를 보호하고 플랫폼의 착취적 불공정 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거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산대금 보호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회의 입법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플랫폼이 단순 중개를 넘어 실질적인 판매자처럼 활동한다면 소비자 피해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를 기만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다크 패턴(온라인 눈속임) 대응에도 중점을 둘 예정"이라며 "과거의 관행적인 소액 과태료 부과 대신 피해 규모에 상응하는 경제적 제재를 부과해 플랫폼이 소비자를 기만·유인하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억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적 집행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경쟁법의 감시망을 넓히며 경제적 약자의 단체 협상력을 보완해 착취적 관행에 대한 시장의 자정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소비자들이 집단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 도입과 함께 보다 신속한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피해가 구체화 되기 전 예방적 금지청구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공정위 조사에 이르기 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대체적 분쟁해결 수단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정거래분쟁조정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특수고용직 등이 단체를 구성해 착취적 관행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검토 중"이라며 "경제적 약자가 경제적 강자와 협상할 때 개별 기업이 아닌 단체로 협상할 수 있도록 단체협상에 대해서는 담합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