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자금 편법 유출 등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고 주주들에게는 수십억대의 피해를 준 상장법인들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물론 탈세까지 서슴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탈루 혐의 금액만 무려 2조원에 달한다.
6일 국세청이 조사대상으로 올린 기업들은 주가조작은 물론 고의 상폐, 터널링(기업 자산·이익 빼돌리기)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면서 회사 자금을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세청 해당 상장법인들을 정조준하며 대대적인 조사와 함께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도록 수사기관에 고발조치도 취하겠단 입장이다.
우선 첫 조사대상은 허위정보와 외형 부풀리기 등으로 주가를 띄우고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서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긴 주가조작 업체이다. 이들은 '신사업 진출', '상장 임박' 등을 허위로 홍보해 일반투자자를 유인했다. 이후 페이퍼컴퍼니 및 차명계좌를 통해 미리 매집해 놓은 주식을 매도하는 방법으로 양도차익을 은닉하며 세금을 탈루했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을 영위하는 상장법인인 A업체는 허위 신사업을 가장해 실물 거래 없이 거짓 세금계산서 200억원 가량을 수수하고 사업 여부가 불분명한 현지법인에 투자금 300억원 이상을 송금하는 등 개미 투자자를 유인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다수 투기세력들은 전환사채를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렸고,이는 고스란히 물량 폭탄이 돼 소액투자자들에 피해로 이어졌다.
또 한강뷰 펜트하우스 분양권을 중도에 대표이사에게 무상 이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비용 처리해 10억원 이상 상장사 자금을 유용했다.
또 다른 B업체는 양호한 경영실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회계감사 시 자료를 고의로 미제출해 감사의견 미달로 상장폐지 됐다. 상장폐지를 앞둔 와중에도 회사 제조기술 등을 사주일가 지배법인으로 이전하며 이전대가 200억원 이상을 미수취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이익을 부당하게 나눴고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과 거래정지로 큰 손해를 입었다.
이같이 조사대상 업체 중 상장법인의 경우 절반 이상이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주가는 최대 10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다.
기업의 거래구조 사이에 자금유출 통로를 만들어 사주일가에게 이익이나 자산을 빼돌리는 이른바 '터널링' 업체도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
이들은 상장된 기업을 마치 개인이 소유한 회사처럼 취급하며 기업의 이익을 직접 빼내거나 교묘하게 공급망에 끼어들어 '통행세'로 빼돌렸다.
사주가 사용할 고급 음향장비 및 반려동물 용품 등을 법인이 구매하거나 사주의 개인 변호사 선임 비용을 대신 부담하기도 했다.
한 C업체는 투자경력이 없는 사주 지인이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500억원이 넘게 투자한 뒤 펀드를 통해 사주가 지배하는 부실기업의 전환사채를 100억원대에 인수하게 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부당유출 했다.
다른 D업체는 사주 배우자가 차린 회사에 인테리어 공사대금으로 일감을 몰아준 후 배우자가 지인을 내세워 세운 차명법인과의 가공거래로 자금을 빼돌렸다.
특히 고액의 멤버십 가입을 유도해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리며 허위 비용계상,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으로 세금을 탈루한 불법 리딩방 업체도 조사를 받는다.
이들은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뒤 투자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노년층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접근해 '추천주 300% 급등', '3일 내 100% 수익보장'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회원가입을 종용했다.
추천주식을 알리기 전 미리 자신들의 주식 물량을 매집하고 주가가 상승하면 회원들을 '물량받이(속칭)'로 이용해 부당한 시세차익을 챙겼고 회원 투자자들에게는 4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이들 중 한 업체는 유료 멤버십으로 고정수입을 확보하고도 회원들에게 물량을 떠넘겨 부당이득까지 얻은 뒤 업체 운영진 명의로 설립한 법인으로부터 동영상 제작 용역을 제공받은 것처럼 꾸며 수익을 빼돌리기도 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경영의 본분을 망각한 기업으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의 몫이 되고 있다"며 "시장 교란행위뿐만 아니라 거래 과정에 얽힌 모든 관련인과 거래행위 전반을 검증해 철저히 과세하는 것은 물론 불공정 거래를 통해 단 한 푼의 이익도 챙길 수 없고 오히려 더 큰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