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박, 역대급 초과세수" 이 돈 어디에 쓰나?...불붙은 논쟁

세종=박광범 기자
2026.05.17 06:15

[반도체發 초과세수②]

[편집자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라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힐 전망이다. 초과 세수는 늘 논쟁적인 주제였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초과 세수 현황과 쟁점 등을 살펴본다.
국가재정법상 초과세수 활용법/그래픽=윤선정

유례없는 반도체 초호황 속 역대급 초과세수가 전망되면서 이 돈을 어디에 쓸지를 두고 논란이 불붙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수 결손에 나라곳간 사정을 걱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초과로 들어온 세금을 어떻게 쓰는 것이 국가 경제에 가장 이로운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효율적인 재원 배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초과세수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도체 초호황이 불러온 초과세수 논란

논란의 핵심은 초과세수다. 정부가 편성한 본예산에 담긴 전망치보다 국세가 더 들어오면 초과세수, 반대로 덜 걷히면 세수결손이라고 표현한다. 예컨대 올해 국세가 전년 대비 더 걷혔다고 해도 정부 세입예산보다 적으면 세수결손에 해당한다. 반대로 전년 대비 국세가 덜 걷혀도 정부 전망치보다 많이 들어오면 초과세수가 발생한다.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김 실장은 최근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언급하며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시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당초 정부 전망을 훨씬 초과하는 법인세 형태로 국가에 귀속됐다면 그 결실의 일부를 국민에 되돌려주잔 취지다. 반도체 성과급 등의 소득세 증가분과 증시 활황에 따라 늘어날 증권거래세를 고려하면 초과세수 규모는 훨씬 커진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찬성 측에서는 AI(인공지능) 시대의 초과이윤이 소수계층에만 쏠릴 가능성이 큰 만큼 격차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국민배당금을 공론화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단 문제의식도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원칙없이 소진한 2021~2022년의 과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정부 당시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크게 늘며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교육교부금이 내국세와 연동된 탓에 세수가 늘면 자동으로 느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대 측에선 일회성 초과세수를 현금성 복지로 지출하는 것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국민 배당'이란 용어에 담긴 반시장적 뉘앙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섣부른 분배 논의보다는 초과세수를 국채를 갚는데 쓰거나 데이터센터 및 전력망 등 국가적 인프라 확충에 활용해야 한다고 맞선다.

논쟁과 별개로 초과세수의 용처는 국가재정법에 엄격히 규정돼 있다. 먼저 국채 상환에 쓴 뒤 남은 세계잉여금을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에 내려 보내야 한다. 이후 남은 재원의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하고, 그렇게 남은 돈의 30% 이상을 국채나 정부 차입금, 국가배상금 등의 원리금 상환에 쓰도록 하고 있다. 이 모든 절차를 거치고도 남은 돈이 있을 때는 추가경정(추경)예산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내년도 세입에 이연할 수 있다.

세수 논란 반복되는 이유

국민배당금을 둘러싼 찬반 논의를 떠나 초과세수가 발생한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 초과세수가 발생했다는 것은 재정경제부의 세수 추계가 빗나갔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세수 추계 오차가 발생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역대급 초과 세수가 발생해 논란이 됐고, 반대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해 정부 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세수 오차가 크게 발생하는 이유는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 구조 탓이 크다. 무엇보다 기업 실적에 따라 널뛰는 법인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제 코로나19(COVID-19) 비대면 시기 반도체 업황 호조로 2022년 103조원을 넘었던 법인세수는 이후 반도체 업황 한파가 닥치자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시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단 한푼도 내지 않은 결과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반도체 등 특정 업황의 부침에 따라 세수가 널뛰는 구조다 보니 예측치와 실제치 사이의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과 같이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남는 돈을 '재정건전성 강화나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볼지, 아니면 '국민의 몫으로 돌려줄 배당'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이념적 대립이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결국 정부가 정확히 세수를 예측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앞서 정부는 △세수 추계 모든 단계에 국회와 전문기관 참여 △세수 추계 모형 개선 △전문인력 확충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법인세 중간예납 시 가결산 의무화 △매년 9월 세수재추계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올해 역시 세수 추계 오차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세수결손 트라우마'로 세입 추계를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는 재정당국의 사정도 이번 초과세수의 배경이 됐단 분석이다. 세수결손이 발생하면 예산 집행에 차질이 생기고 국회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초과세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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