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發 세수잔치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라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힐 전망이다. 초과 세수는 늘 논쟁적인 주제였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초과 세수 현황과 쟁점 등을 살펴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라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힐 전망이다. 초과 세수는 늘 논쟁적인 주제였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초과 세수 현황과 쟁점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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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민배당금이 화두로 던져진 가운데 정치권 셈법은 복잡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책 방향의 큰 틀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6·3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신중한 모습이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선거 판세를 뒤집을 만한 호재로 활용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놓은 '반도체 초과세수 기반 국민배당금' 구상이 뜨거운 감자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거둘 법인세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실적에 따른 법인세수를 활용한 경제 선순환이란 메시지의 취지와 달리 '기업 이윤 나누기'로 비치면서 '국가가 수익을 강탈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번 논란의 특징은 당과 청와대의 사전 교감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계에서 연구하고 학문적 고찰이 먼저 선행돼야 하지 않나"라며 "솥뚜껑을 먼저 열어버리면 설익는다"고 선을 그었다.
반도체 사업 초호황에 따른 천문학적 규모의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두고 재계는 일단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유례가 없던 일인 만큼 깊이 있는 검토·분석이 없었고, 세수 운용 방향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은 월권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다만 초과 세수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에 적극적으로 투입해 경제가 성장하면 또다시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초과 세수와 관련한 언급을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세금 운용은 전적으로 정부의 권한과 역할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 초 근거의 객관성 등을 지적받은 '상속세 보도자료'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터라 더더욱 세금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에 따라 법률로 정해진 세금을 납부하는 주체지만 세금을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라며 "세금을 어떻게 쓰는가의 문제는 정부와 국회, 국민의 컨센서스(합의)가 우선인 만큼 세수 활용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국세 수입도 '슈퍼 사이클'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에 따른 세수 효과는 법인세와 소득세, 증권거래세 등 주요 세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국세 수입이 2년 전보다 100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식화된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는 415조4000억원이다. 이는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을 편성할 때 올해 세수를 재추계한 값이다. 당초 390조2000억원의 국세 수입을 예상한 정부는 올해 25억2000억원의 세수가 더 들어올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국세 수입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재추계 당시보다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더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57조2000억원, 37조6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을 넘어섰다. 기업 이익 증가는 법인세 증가로 이어진다. 법인세는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납부하지만,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지난해부터 중간예납 가결산을 의무화했다.
세수 전망이 또다시 재정 운용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몇 년 간 초과세수와 대규모 세수결손이 반복되면서 세수 변동성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수 오차(예산을 짤 때 예상한 국세수입과 실제 걷힌 세금의 차이)는 최근 들어 규모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본예산 대비 각각 61조4000억원, 52조5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지만, 이후 흐름이 반전됐다. 2023년 56조4000억원, 2024년 30조8000억원, 2025년 8조5000억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이어지며 3년 연속 예산 대비 세수가 부족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세수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세입 구조가 법인세와 자산 관련 세수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2021년 총국세 오차 중 경기적 요인은 74. 1%, 2022년에는 69. 6%에 달했다. 2021~2022년 양도소득세 세수오차는 각각 17조8000억원, 11조7000억원에 달했고, 법인세 신고분 오차도 16조2000억원, 2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전자는 용인시에 약 630억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납부할 예정이다. 지난해 230억원에서 3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용인시는 삼성전자의 납부액이 늘면서 당초 지방세수 목표액을 1조2595억원에서 1조3000억원 수준으로 400억원 높여 잡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청주시에 3700억여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납부한다. 당초 시가 예상했던 2600억여원을 1100억원 상회하는 액수다. 2024년 영업손실로 납부액이 없었으나 지난해 1219억원에서 올해 3배나 뛰었다. #광양시는 2022년 1121억원이었던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이 지난해 326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발 공급과잉, 미국 관세인상, 국내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철강 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들썩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들의 곳간이 두둑해질 전망이다. 전세계적인 AI(인공지능) 투자로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덩달아 뛰자 지방재정도 낙수효과를 보는 것이다.
초과 세수는 논쟁적인 주제다. 국가 가계부의 근간을 흔드는 세수 오차가 발생했다는 기술적인 문제와 초과 세수를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맞물려서다. 하지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꺼내 든 초과 세수 논의는 결이 조금 다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세수 오차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많지 않다. 대신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것이냐 하는 '배분의 원칙'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초과 세수가 뭐길래?━초과 세수를 이해하기 위해선 예산 편성 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매년 9월 이듬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데, 이때 '쓸 돈'인 세출 예산안과 '거둘 돈'인 세입 예산안을 함께 마련한다. 문제는 이듬해 세금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성장률과 기업 실적 등을 토대로 이듬해 세입 규모를 추산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경기 변동 등에 따라 실제 세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흔히 세입 예산안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 세수 결손이라고 부른다.
유례없는 반도체 초호황 속 역대급 초과세수가 전망되면서 이 돈을 어디에 쓸지를 두고 논란이 불붙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수 결손에 나라곳간 사정을 걱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초과로 들어온 세금을 어떻게 쓰는 것이 국가 경제에 가장 이로운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효율적인 재원 배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초과세수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도체 초호황이 불러온 초과세수 논란━논란의 핵심은 초과세수다. 정부가 편성한 본예산에 담긴 전망치보다 국세가 더 들어오면 초과세수, 반대로 덜 걷히면 세수결손이라고 표현한다. 예컨대 올해 국세가 전년 대비 더 걷혔다고 해도 정부 세입예산보다 적으면 세수결손에 해당한다. 반대로 전년 대비 국세가 덜 걷혀도 정부 전망치보다 많이 들어오면 초과세수가 발생한다.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김 실장은 최근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언급하며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시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당초 정부 전망을 훨씬 초과하는 법인세 형태로 국가에 귀속됐다면 그 결실의 일부를 국민에 되돌려주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