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보령이 사노피(Sanofi S.A.)로부터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탁소텔'(Taxotere)의 영업을 양수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보령이 보유한 도세탁셀 성분 제네릭 항암제 '디탁셀'(Ditaxel) 영업을 제3자에 매각하란 조건을 달았다. 기업결합으로 시장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공정위는 보령이 사노피로부터 탁소텔의 국내·외 판권, 품목 허가권, 상표권 등 영업에 필요한 일체의 권리를 양수하는 기업결합 신고에 대해 자산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도세탁셀 항암제는 유럽주목 추출물로 만들어진 탁산 계열 화학항암제(주사제)다. 유방암 치료에 널리 쓰이며 전립선암, 비소세포폐암 등에도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의약품 목록에도 등재돼 있다. 사노피가 개발한 오리지널 항암제가 1995년부터 판매돼 오다가 2010년 물질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복제의약품)이 다수 출시됐다.
이번 기업결합은 국내에서 도세탁셀 성분 제네릭 항암제를 공급하는 보령이 같은 성분의 오리지널 항암제인 탁소텔의 전세계 영업권을 양수하는 수평결합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 1·2위 사업자 간 기업결합에 따라 경쟁제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보령이 합산 시장점유율 64.7~78.5% 수준의 압도적 1위 사업자 지위를 획득하게 돼서다.
특히 이 시장은 오래 전 제네릭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인 탁소텔의 점유율이 여전히 60%를 상회하는 등 제네릭사 중 1위인 보령이 탁소텔까지 인수하면 나머지 사업자들과 격차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또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에서 1위 제품을 그나마 견제하는 역할을 해온 2위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보령이 최종적으로 탁소텔을 직접 제조·판매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약사법 하위 규정에 따라 자신의 디탁셀 제조 품목 허가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령은 2023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알코올 도세탁셀 제품을 개발·공급하는 등 1위 제품과 품질 경쟁을 해왔지만, 1위 제품을 인수한 뒤에는 이러한 품질경쟁 유인이 줄어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경제분석 결과에서도 기업결합 이후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에서 가격 인상 및 소비자 후생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보령 측에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보령이 디탁셀 영업 관련 자산을 6개월 이내(최대 6개월 연장 가능)에 제3의 제약사에 매각하도록 했다.
또 매각 전까지는 보령이 디탁셀 생산·공급을 중단하거나 탁소텔로의 거래 전환을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매각 후에는 매수인 요청 시 보령이 일정기간 디탁셀 완제품을 공급하고 기술지원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항암제 시장에서 기업결합이 초래할 수 있는 경쟁제한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경쟁 감소 및 소비자 후생 감소를 사전에 차단했다"며 "이번 기업결합으로 도세탁셀 성분 오리지널 항암제가 국내에서 직접 제조·판매됨으로써 유방암 등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