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길목, 바야흐로 금계국의 계절이다. 도심의 아스팔트 틈새부터 시골의 거친 국도변까지 지천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노란 물결이 일렁인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누구 하나 따스한 눈길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내는 강인한 자생력. 세상 어디에서나 척박함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그 끈질긴 생명력이 문득 지금 전 세계 시장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소비재 수출 전선과 닮았다.
최근 K-뷰티와 K-푸드로 대표되는 농수산식품의 수출 기세가 딱 그렇다. 국가가 거대한 자본을 선제적으로 대거나 정교한 청사진을 그려주지 않았음에도 중소·중견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친 황무지에서 홀로 자생하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움과 맛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탄탄한 자생력 하나로 전 세계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중이다.
수치도 이들의 당당한 홀로서기를 증명한다. 지난 5월 한 달간 화장품 수출만 11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하며 역대 5월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시장(1~4월 기준 8억8000만 달러, 40.5% 증가)을 최대 수출국으로 만들어냈다. 농수산식품 역시 지난달 10억7000만 달러를 수출하며 라면과 김 등 가공식품을 필두로 견고한 수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천에 핀 금계국처럼 강한 자생력만으로 버티기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의 바람이 너무도 거세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끌고 제조업 전성시대를 수놓았던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에는 언제나 국가적 차원의 치밀한 지원 전략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선행됐다. 대기업 중심의 탄탄한 공급망을 국가가 뒷받침했기에 기업들의 자생력도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유망 소비재 수출 7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장밋빛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정보 부족과 까다로운 해외 인증 규제 속에서 각개전투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생력에만 의존하는 성장은 지속성에 한계가 명확하다. 이제는 K-뷰티와 농수산식품을 단순한 효자 품목을 넘어 미래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교한 '책략(策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렇게나 핀 꽃도 아름답지만 국가가 체계적으로 가꾸고 물을 준 정원은 더 크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정부의 책임감 있는 응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