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 원가 vs "적자불가" 시장가…최고가격제 정산 딜레마

세종=강영훈 기자
2026.06.15 16:16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가격 정보가 표시돼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 타결로 정부가 석 달 넘게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종료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으로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종료 요건으로는 종전,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이하 등을 제시했다. 2026.6.1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가시화되면서 국제유가 안정 기대가 높아지자 정부가 시행해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손실 정산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정산 방식을 두고 원가 기준을 고수하는 정부와 시장가격 반영을 요구하는 정유업계의 입장 차가 여전해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산업통상부는 오는 18일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관련 고시 입법예고와 제7차 최고가격을 함께 발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종전 합의안과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시행된 최고가격제의 종료 가능성과 함께 정유사 손실 보전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정부가 제시한 최고가격제 해제 요건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이하 안정'이 대부분 충족된 셈이다.

다만 원유 도입부터 국내 반영까지 약 한 달가량의 시차가 있는 데다 그동안 억제된 가격 인상 요인이 남아 있어 제도의 즉각적인 해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1차 조정에서 리터당 210원을 인상한 뒤 4차례 연속 최고가격을 동결했다. 6차 기준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이다. 그 과정에서 정유업계는 시장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손실 부담을 감내해 왔다.

손실 보전을 앞두고 정부와 정유업계가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은 정산 방식이다. 정부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시행된 정책인 만큼 실제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가 요구하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등 시장가격에는 통상적인 이윤이 포함돼 있어 이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정유업계는 원가 기준 정산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원유를 혼합해 생산하는 정제 공정 특성상 개별 제품의 정확한 원가 산정이 사실상 어렵고, 시장가격을 배제할 경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손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실질적인 손실 보전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산 결과가 향후 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기 때마다 정부가 기업에 손실 부담을 요구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정유사들이 국내 공급보다 수출 물량을 우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금 투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현실적인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정유업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조만간 확정될 정산 기준은 향후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의 비용 분담 원칙을 가늠할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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