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에 최혜대우를 요구한 혐의 등을 받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자진 시정과 함께 상생안을 시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진 시정안이 경쟁 질서를 회복하기에 충분하지 않고, 일부 상생방안의 경우 이미 시행 중인 프로모션과 중복되는 등 피해 구제에 미흡하단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사건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 구제 등이 담긴 자진 시정방안을 제시해 받아들여지면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배달앱 1·2위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최혜대우 요구건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입점업체로부터 음식 가격이나 최소주문금액 등 조건을 자사 앱에서 가장 유리하게 적용하도록 강요한 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입점업체 노출 등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다. 최혜대우 요구를 따르지 않는 경우 배달의민족은 배민클럽, 쿠팡이츠는 와우매장 노출에서 배제했다.
배달의민족은 추가로 수익성이 높은 '배민배달'을 우대하고 '가게배달'에는 불이익을 줘 가게배달 입점업체로 하여금 배민배달로의 전환을 강제한 혐의도 받는다. 소비자를 상대로는 가게배달보다 배민배달의 배달예상시간이 더 빠른 것처럼 광고한 의혹도 있다.
두 회사는 해당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4월 제출한 동의의결 개시 신청서를 철회한 뒤 지난 4월 새로운 신청서를 공정위에 접수했다.
여기에는 최혜대우 요구 준수 여부를 각각 배민클럽 및 와우매장 제도와 연계하는 정책을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배달의민족은 추가로 가게배달과 배민배달이 동일 기준에서 병렬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소비자에 제공되는 가게배달 정보도 확대 제공키로 했다.
아울러 배달의민족은 3년간 3000억원, 쿠팡이츠는 4년간 600억원의 상생방안을 시행하겠단 계획도 담았다. 구체적으로 배달의민족은 △가게배달 입점업체 수수료 인하(약 100억원) △가게배달 입점업체 배달비 지원(약 510억원) 등 14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고 추가로 1600억원을 파트너 상생협력 지원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쿠팡이츠는 와우매장 제도의 영향을 받는 입점업체 지원 및 영세·소규모 입점업체 현금성 지원 등을 위한 상생협력기금 320억원과 △와우매장 영향을 받은 입점업체 수수료·배달비 지원(78억원) △광고 마케팅 비용 지원(124억원) △외식산업 활성화를 위한 프로모션 및 마케팅 지원(63억원) 등의 상생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관이 전원회의 심의에 기각 의견으로 (안건을) 올렸다"며 "시정방안에서 제시했던 내용들이 경쟁 질서를 회복하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상생방안으로 제시된 내용 (일부는) 이미 시행하고 있던 프로모션과 중복되는 등 피해 구제가 충분히지 않다고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달앱 사건은 본안 심의로 넘어가게 됐다.
이 사건 관련매출액은 배달의민족의 경우 △최혜대우요구 약 7300억원 △자사우대(배민배달 우대) 약 7조7800억원 △부당 광고 약 7조7800억원에 이른다. 최혜대우 요구 건에 대해서만 동의의결을 신청한 쿠팡이츠의 관련매출액은 약 7100억원이다.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은 2390억~5100억원, 쿠팡이츠는 250억~420억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가 추정된다. 이와 별개로 쿠팡이 받는 '끼워팔기' 혐의 관련매출액은 약 5조26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배달앱 측은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시장의 경쟁질서를 빠르게 회복하고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동의의결 신청이 무산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비록 절차는 무산됐으나 앞으로도 상생과 동반성장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업주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