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 없는 판촉행사로 하청업체 울린 쿠팡…제재 대신 '30억 상생안'

세종=박광범 기자
2026.06.23 12:00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사진제공=뉴스1

약정에 없는 PB(자체 브랜드) 상품 판촉행사를 열면서 공급단가를 인하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던 쿠팡 및 씨피엘비(이하 쿠팡)가 제재 대신 자진 시정방안을 시행한다.

앞으로는 수급사업자와 판촉행사를 사전에 협의하고 쿠팡 측이 최소 50% 이상 판촉비용을 분담하는 내용의 판촉행사 부속합의서를 체결하기로 했다. 아울러 쿠팡은 PB상품 개발과 온라인 광고 판촉 지원 등 30억원의 상생방안도 시행한다.

공정위는 쿠팡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 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그동안 쿠팡이 PB상품과 관련해 314개 수급사업자에게 기명날인이 없는 발주서면을 교부한 행위와 94개 수급사업자에 약정에 없는 판촉행사를 하면서 공급단가를 낮춘 혐의를 조사해왔다.

쿠팡은 이 과정에서 공정위와 법적 판단을 다투기보다 하도급거래 질서 개선 및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지난해 3월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쿠팡은 자진시정안에 △발주서 기명날인 절차 구비 △신규 PB상품 주문시 최소 생산요청수량 및 리드타임(발주요청부터 판매개시일까지의 소요기간) 등을 명문화한 상품별 부속합의서 체결 △판촉행사 사전 협의 및 판촉비용 분담비율(쿠팡 측이 최소 50% 이상 부담) 부속합의서 체결 등의 내용을 담았다.

쿠팡은 여기에 30억원 규모의 상생방안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부당 하도급 대금 관련 사건 피해 수급사업자를 대상으로 상품 개발, 생산 및 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 10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94개 수급사업자는 1000만원씩을 받는다. 잔액은 서면 발급 의무 위반 관련 수급사업자들에게 지급된다.

또 인터넷사이트 및 모바일앱에서 수급사업자의 PB상품을 홍보하는데 소요되는 광고비용 등 10억원도 지원한다. 현장 박람회 참가 및 출품 등 오프라인 홍보비용 4억5000만원도 지원한다. 특히 거래내역을 기준으로 '우수 수급사업자'를 선정해 상금 및 판촉행사 등 1억원도 지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쿠팡은 수급사업자의 고충과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인 '정기협의회'도 운영한다.

공정위는 해당 동의의결안이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하도급 거래 질서를 개선하는데 적절하다고 판단해 동의의결을 확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촉비용 분담 비율, 최소 생산요청수량, 리드타임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은 제재로 달성하기 어려운 시정방안이며 PB상품 하도급 거래에 있어 최초 사례"라며 "부당한 하도급대금 관련으로 단가 인하가 된 수급사업자들에 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금액 10억5000만원이 이 사건 전체 단가 인하 금액(7억원)을 상회하고 상생방안 규모(30억원)가 예상 과징금액의 약 3~5배가 돼 수급사업자의 매출 증대, 판로 개척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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