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예금토큰, 국제무대 올랐다…"세계 최초 통합원장 실거래"

최민경 기자
2026.07.01 17:45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화폐와 예금 토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함께 운용하는 '통합원장'을 세계 최초로 실제 거래에 적용했다. 일반 국민 약 8만명이 참여한 실거래까지 마치면서 유럽중앙은행보다 2년가량 앞서 미래 화폐 인프라를 검증했다는 평가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국고금 집행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적용하는 2단계 실증에 나선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통합원장의 실제 구현: 프로젝트 한강의 교훈'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중앙은행 화폐, 은행 예금, 자산을 하나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플랫폼에 올리는 '통합원장' 개념을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한 사업이다. 통합원장은 현행 중앙은행-상업은행의 2계층 통화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거래 조건과 실행 규칙을 화폐·자산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프로젝트 한강 1단계 실거래는 2025년 4~6월 진행됐다. 약 8만명의 일반 이용자가 예금 토큰을 이용해 온·오프라인 사용처에서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했고, 디지털 바우처도 실제 거래에 활용됐다.

한은 관계자는 "프로젝트 한강은 통합원장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적으로 최초로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 화폐를 블록체인에 발행하고 일반 국민이 실거래에 사용한 사례는 처음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 토큰은 스테이블코인 등 민간 지급토큰과 달리 중앙은행 화폐를 기반으로 은행 간 결제가 이뤄진다. A은행 고객이 B은행 고객에게 예금 토큰을 보내면 A은행의 예금 토큰은 사라지고, 은행 간 정산은 중앙은행 화폐로 이뤄진 뒤 B은행이 같은 금액의 예금 토큰을 새로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어느 은행의 예금 토큰이든 항상 1대 1 가치로 통용되는 '화폐의 단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이 ECB의 관련 구상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ECB는 현행 지급결제시스템과 디지털 자산 시장을 연계하는 '폰테스' 프로젝트와 중앙은행 화폐를 블록체인 등에 직접 발행하는 '아피아' 구상을 추진 중이다. 아피아는 2028년 청사진 마련을 목표로 한 단계다.

한은 관계자는 "유럽도 기본적으로 안전한 결제자산은 중앙은행 화폐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미 중앙은행 화폐를 디지털화폐 시스템에 발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시작되는 2단계에서는 참가은행이 기존 7개에서 9개로 늘어난다. 생체인증, 예금과 예금 토큰 간 자동 전환 등 사용자 편의 기능도 개선된다. 핵심 실증 대상은 국고금 집행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보조금과 공공부문 업무추진비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국고금 집행은 자금이 지급된 뒤 사후에 점검·정산하는 방식에 주로 의존한다. 이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사용을 미리 막기 어렵고, 점검·환수에도 인력과 비용이 든다. 반면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하면 자격, 용도, 기간 등 조건을 사전에 설정해 조건을 벗어난 지출을 차단할 수 있다.

한은은 향후 국채 등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자산의 토큰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채가 디지털화폐 시스템 위에서 직접 발행·유통되면 대금 지급과 자산 이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원자적 결제가 가능하고, 담보 적격성 확인과 담보 풀 갱신도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동화할 수 있다.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구축한 디지털화폐 시스템을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아고라 플랫폼에서 한국의 관할권 원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국가 간 지급·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낮추고,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채 토큰화나 아고라 연계는 앞으로 고려해야 할 방향"이라며 "이미 개발한 디지털화폐 시스템을 국제 플랫폼과 연결할 수 있도록 상호운용성 확보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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