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국제노동기구(ILO) 제190호 협약 비준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분과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시작됐지만 노사 간 쟁점 조율과 국내 제도 정비 과제가 남아 있어 실제 비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따르면 노사관계 제도발전위원회 산하에 '직장 내 괴롭힘 제도 개선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날 첫 회의를 진행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ILO 190호 협약 비준 논의가 본격화한 것이다.
ILO 190호 협약은 2019년 채택된 이후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평가받는다. 영국과 프랑스 등 50여 개국이 이미 비준을 마쳤지만 한국은 아직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협약이 비준되면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적용 범위와 보호 대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ILO 190호 협약은 고용 형태와 사업장 규모를 넘어 일터 전반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대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상습적인 폭언에 노출된 노동자나 원청 관리자의 부당한 지시에 시달리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등도 보다 폭넓은 보호 체계 안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협약 가입에 필요한 국내 제도 정비 과제를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마쳤다. 다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법·제도 개선 방향은 경사노위 논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협약 가입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준비 사항에 대한 연구는 완료한 상태"라며 "이제는 경사노위에서 노사 간 논의를 통해 국내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화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사 간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질지, 공익위원 중재가 필요할지 등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논의 결과에 따라 법 개정 필요성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관건은 노사 간 이견 조율이다. 협약 적용 범위와 사용자 책임, 제도 개선 수준 등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적지 않은 만큼 분과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분과위원회는 통상 6개월 안팎 운영되는 만큼 연내 제도 개선 방향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약 이행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 국회 논의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비준 시점은 노사정 합의 수준과 입법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