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GDP)이 국가 경제의 체력을 보여준다면, 앞으로는 농식품 공급망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국가 공식 지표도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매년 농식품 공급망을 진단하는 '한국 농식품 공급망 지수(KASCI)'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발표한 '농식품 공급망 분석과 발전방안(1차년도)' 연구를 통해 국내 농식품 공급망의 현재 수준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매년 공급망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한국 농식품 공급망 지수(KASCI·Korea Agri-food Supply Chain Index)' 구축 필요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국제적으로 활용되는 공급망 분석모델인 SCOR(Supply Chain Operations Reference)를 적용해 국내 농식품 공급망을 평가한 결과 안정성은 10점 만점에 6.397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공급 체계는 유지되고 있지만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특히 농산물 저장·비축 능력과 식품제조업체의 자본 안정성, 농식품 수입국 다변화 등은 개선이 더딘 대표적인 취약 분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현재 수준을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공급망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도 담았다.
현재 정부는 가격이나 생산량, 재고 등 개별 지표를 각각 관리하고 있지만 공급망 전체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통합지표는 없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산·가공·유통·소비 전 과정을 하나의 지수로 평가하는 KASCI를 구축하면 정책 우선순위를 보다 객관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공급망 참여자들의 정책 수요도 서로 달랐다.
농가는 기후변화 대응과 경영안정 지원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고, 식품제조업체는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소비자는 농식품 가격 안정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선택했다. 공급망 정책도 생산과 유통, 소비 단계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8대 정책과제로 △생산자와 식품기업 간 계약재배 확대 △기상정보 활용 강화 △중소 식품기업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민간 저장·비축 역량 강화 △가축질병 방역체계 고도화 △수입국 다변화 △가격변동 구조적 대응체계 마련 △지속적인 공급망 진단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공급망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정훈 KREI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 변화로 농식품 공급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매년 한국 농식품 공급망 지수(KASCI)를 구축해 운영한다면 정책 수립과 현장 대응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