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생산보다 고용에 더 큰 충격…중소기업 채용 위축

최민경 기자
2026.07.16 13:52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사진=최민경

중동전쟁이 국내 생산에 미친 충격은 정유·화학업종에 집중된 반면 고용에는 예상보다 빠르고 크게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물류비 상승과 불확실성 확대로 중소기업의 채용 여력이 약해지면서 지난 5월 취업자 수가 감소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16일 발표한 '경제상황 평가'의 '이슈분석: 중동전쟁 이후 실물경기 및 고용 상황'에서 "중동전쟁이 국내 산업 경기에 미친 영향은 당초 우려보다 제한적이었지만 고용은 예상보다 빠르고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유와 나프타 등 원자재 조달이 어려워졌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국내 산업 가운데 정유·화학업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정유·화학 생산은 원자재 공급 차질로 상당 폭 감소했다. 전쟁 전인 올해 1~2월과 전쟁 이후인 3~5월의 평균 가동률을 비교하면 정유는 110.3에서 91.9로, 화학은 88.6에서 84.6으로 낮아졌다.

생산 감소분은 주로 수출 물량 축소로 이어졌다. 기업들이 생산 제품을 내수에 우선 공급하면서 자동차와 플라스틱, 비금속 등 전방산업의 소재·부품 조달 차질은 제한적이었다. 건설업에서도 건축자재 부족으로 일부 공사가 중단됐지만 반도체 공장 건설 확대가 부정적 영향을 상쇄했다.

반도체 생산과 수출은 호조를 이어갔다. 브롬은 이스라엘에서 정상적으로 수입됐고 카타르산 헬륨 공급 감소분은 미국산으로 대체됐다. 중동발 공급망 충격이 국내 성장세를 주도하는 정보기술(IT) 부문으로 확산하지 않은 셈이다.

철강·비철금속업종에서는 반사이익도 나타났다. 전쟁으로 중동지역의 알루미늄 생산과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여지가 확대되고 수익성이 개선됐다.

반면 고용은 생산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4월에는 경제심리 위축으로 내수 관련 서비스업의 고용 증가세가 둔화했고, 5월에는 비용 충격까지 겹치면서 전체 취업자 수가 감소로 전환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농림어업의 취업자 감소 폭이 확대됐고 운수업의 증가세도 크게 둔화했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고용 위축이 두드러졌다. 지난해부터 미국 관세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진 데다 업황 부진이 누적돼 중소기업의 충격 흡수 여력이 약해진 영향이다.

중동 상황이 점진적으로 안정되면 정유 생산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 회복에 따라 반등하고 화학 생산도 나프타 공급 부족이 완화되면서 전쟁 이전 수준에 접근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화학업종은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건설업은 높아진 공사비 부담이 남아 있어 회복 속도는 제한될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교하면 국내 산업의 회복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중동전쟁은 유가 급등에 공급 차질까지 겹쳤지만 제조업 생산 감소는 러·우 전쟁 당시만큼 두드러지지 않았다.

러·우 전쟁 당시에는 글로벌 긴축과 수요 위축이 맞물리면서 제조업 생산 부진이 이어졌다. 반면 최근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조가 수출과 내수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용도 전쟁 충격이 일부 산업에 집중되고 내수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회복 여건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러·우 전쟁 당시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 재개가 고용을 끌어올렸던 만큼 이번에는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

한은은 "중소기업 등 취약 부문은 업황 부진이 누적되면서 고용 여력이 상당 부분 소진된 데다 금융 여건도 긴축적이어서 비용 상승 압력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며 "전쟁 협상 지연과 일부 기업의 구조조정, AI 확산 가속화 등도 고용 회복을 제약할 수 있는 하방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