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보단 반도체 가격이 중요"…추가 금리 인상 예고한 한은

최민경 기자
2026.07.16 17:13

16일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가장 강조한 것은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낼 '수요 측 물가'였다. 그동안 한은이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측 물가를 긴축의 근거로 삼았다면, 이제는 성장세 확대와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이다.

신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 총재는 시장에서 거론되는 8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있을 회의는 모두 '라이브 미팅'"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사이클로의 진입은 성장이 뒷받침한다. 신 총재는 한국이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의 핵심 국가로 수혜를 입으면서 올해 성장률이 5월 전망치(2.6%)를 큰 폭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총소득(GDI)은 성장보다 중요한 변수다. 신 총재는 "수출 가격 상승으로 GDI가 GDP보다 훨씬 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소득 개선이 계속 현실화되면 수요 측에서 오는 물가 상승 압력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수요 측 물가 압력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다가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비용과 고환율의 영향이 지속되는 데다 소득 여건이 개선되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 총재는 "기조적 물가 압력은 당초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로는 "다음 주 발표되는 2분기 국민소득 통계에서 GDI가 얼마나 강한지, 8월 초 발표되는 7월 근원물가와 생활물가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가장 주의 깊게 보겠다"고 말했다. 환율과 수도권 부동산, 가계대출도 계속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신 총재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통화정책의 변수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데 주식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시스템 리스크 요인은 많지 않고 부의효과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가 주가를 좌우한다는 평가는 100%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 당일 국내 증시가 크게 조정받았지만 증시 불안이 통화정책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에 선을 그은 셈이다.

신 총재는 "(통화정책에 있어서)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을 주시해야 한다"며 "반도체 가격은 장기계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 추세와 한국경제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 시점으로 10월, 연말 기준금리 수준으론 3.0%를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원유승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GDI는 1분기 반도체 수출가격 급등 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전기 대비 증가 폭이 다시 크게 확대되기 어렵다"며 "환율도 1500원을 밑돌며 다소 안정된 데다 이번 회의에서 50bp 인상 소수의견도 없었던 만큼 8월 연속 인상의 시급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총재가 인상 방향은 분명히 했지만 고용과 GDI 지속 여부 등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7월 인상의 파급효과와 2분기 GDP·GDI, 7~8월 물가를 확인한 뒤 10월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8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GDP가 예상보다 견조해 올해 성장률이 3% 이상으로 상향 조정될 경우 선제적 차원의 8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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