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티케이지태광의 자사주 취득절차에 참여해 국세물납으로 보유한 주식의 일부를 처분할 예정이다. 올해 처분한 NXC 주식에 이어 추가로 물납증권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상속세 물납으로 기업의 지배구조가 바뀌어 가격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등 처분 자체가 어려운 주식도 적잖다. 기업의 휴·폐업으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된 경우도 있다. 이에 상속세 물납 이후 해당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국세물납증권 매각(안)'이 의결됐다. 물납증권은 금전이 아닌 증권으로 납부한 상속세다. 상속세는 금전납부가 원칙이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증권으로 납부할 수 있다.
티케이지태광의 창업주인 고 박연차 회장이 별세한 뒤 유족들은 상속세를 티케이지태광 지분(18.3%·3543억원)으로 납부했다. 주당 약 17만1460원 가량으로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의 절반 수준이다.
티케이지태광은 나이키 신발 전체 물량의 12%를 생산하는 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액은 4조222억원, 영업이익은 3641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 정부가 비상장주식인 티케이지태광의 주식을 매각하기 어렵단 우려가 나왔음에도 꾸준히 매각할 수 있는 배경이다.
티케이지태광은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가 보유했던 티케이지태광 주식을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꾸준히 사들였다.
재경부가 보유한 티케이지태광 주식은 △2021년 18.37%(175만5403주) △2022년 18.31%(174만9691주) △2023년 13.72%(131만938주) △2024년 12.19%(116만5024주) △지난해 9.37%(89만5287주)로 해마다 줄었다. 티케이지태광이 물납한 주식의 절반 가량을 매입한 셈이다. 물납 당시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
정부 관계자는 "태광은 나이키 신발을 만드는 기업으로 안정적인 실적이 유지돼 여력이 있을 때 자사주를 매입해왔다"며 "300억원 이상의 물납증권을 매각하려면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구체적인 주당 매각 가격은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재경부는 올해 고 김정주 넥슨 회장 사망 이후 유가족이 물납했던 NXC 주식 일부(4.9%)를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재경부의 NXC 지분율은 30.6%에서 25.7%로 낮아졌다. 매각 대금은 1조227억원 수준으로 물납 당시보다 2만4000원 더 높은 주당 555만8000원에 매각했다.
정부가 물납받은 모든 주식을 웃돈을 받고 매각하는 건 아니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정부는 322건의 물납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4조8997억원 상당이다. 보유기간 별로 △1년 미만 13건(1902억원) △1년 이상 5년 미만 50건(4조3100억원) △5년 이상 259건(3995억원) 등이다.
이중 휴·폐업한 기업이 납부한 물납증권은 132건에 달한다. 상속세를 걷었지만 현금화가 사실상 불가능해 휴지조각이 된 증권들이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물납받은 증권의 경우 물납한 자에게는 수납가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처분할 수 없게 돼 있다. 물납증권 매각 자체가 어렵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로 상속자들이 물납가액 이상으로 사가는 것도 쉽지 않다.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란 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 일반 평가액에 20%를 가산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비상장회사의 경우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주식을 물납하고 나면 지배구조가 바뀌고 납부받은 주식의 가격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물납한 기업의 경영상태를 확인하는 등 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온전히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담보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