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내리면서 생산자물가가 10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다만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국내공급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3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전쟁 이후 오른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의 상방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6년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9개월 연속 상승한 뒤 보합으로 돌아섰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8.6% 올라 지난 5월과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공산품 가격이 전월보다 0.3% 내렸다. 석탄 및 석유제품이 5.3%, 화학제품이 1.8% 각각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나프타(-23.5%)와 제트유(-23.4%), 에틸렌(-18.9%), 폴리에틸렌수지(-10.2%) 등이 큰 폭으로 내렸다.
반면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2.4% 상승했다. 컴퓨터기억장치가 10.3%, 공업계기가 18.2% 올랐다.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4.6% 뛰었다.
농림수산품은 축산물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0.7% 올랐다. 전염병이 이어지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4.3% 상승한 영향이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 인상으로 1.0% 올랐다.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은 10.6% 상승했다.
서비스 가격은 전월보다 0.2% 올랐다. 주가 상승으로 위탁매매수수료가 뛰면서 금융 및 보험서비스 가격이 2.5% 상승했다. 반면 운송과 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는 각각 0.3%, 0.1% 하락했다.
국내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7% 상승했다. 원재료가 2.1%, 중간재와 최종재가 각각 0.5% 올랐다. 환율 상승 등이 반영되면서 수입 원재료와 수입 중간재 가격이 각각 2.4%, 2.9% 상승했다.
국내공급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2% 올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인 2022년 7월(14.7%) 이후 3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포함한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17.6%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국내 출하 가격은 전월과 같았지만 수출 가격이 1.3% 오른 영향을 받았다.
한은은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완화됐지만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오름세는 멈췄지만 중동전쟁에 따른 2차 파급효과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소비자물가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전쟁 이후 오른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월 생산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과 중동 정세 불안 등 상·하방 요인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 팀장은 "7월 1~20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전월 평균보다 10.0% 하락했고 항공 여객·화물의 유류할증료도 인하됐다"면서도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된 데다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도 7월에 인상돼 상·하방 요인이 혼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