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의 지방이전설을 둘러싼 갈등이 전면전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노조도 본사 이전 저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국회에는 농협 이전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가운데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도 달아올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23일 오후 12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농협 본사 지방이전 저지 전 간부 집회'를 열고 본사 이전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NH농협지부를 비롯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농협중앙회지부, 금융노조와 금융노조 산하 지부 등이 참석했다. 주최 측 추산 참석 인원은 150여 명이다.
노조는 △농협 경쟁력 및 농업인 지원 기능 훼손 △국가균형발전 효과의 실효성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법적 정당성을 근거로 정부의 농협 본사 지방이전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이현인 NH농협지부 지부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와 국회가 농협 직원들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려 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농민들의 자조조직인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현무 NH농협지부 홍보기획실장은 "농협 본사 이전설은 2017년부터 반복돼 왔지만 현 정부 들어 논의가 구체화하면서 실제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며 "농협은 공공기관이 아닌 만큼 지방이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지만,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하면서 조합원들의 불안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이전이 농협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농협은 서울을 중심으로 금융·경제·농업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클러스터를 구축해 왔다"며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200만 농업인 지원 체계는 물론 AI(인공지능)·디지털 금융 경쟁력과 IT 인력 확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채택한 투쟁결의문에서 농협이 법률상 공공기관이 아닌 농업인 출자 협동조합인 만큼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방이전을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서울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금융·경제·농업 기능을 수행해온 만큼 본사 이전 여부는 200만 조합원의 의사를 우선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본사 이전이 지역 유치 경쟁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며 수천억원의 이전 비용이 농업인 지원사업 축소와 농협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가 이전 추진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추가 투쟁에 나서겠다고도 경고했다.
농협 본사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최근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논의와 맞물리며 확산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이전 후보지로는 전남 나주가, NH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의 이전 지역으로는 부산이 거론된다.
특히 정부가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협동조합을 이전 대상으로 포함하기 위한 별도 입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의 위기감은 한층 커졌다.
현행 농협법은 농협중앙회 주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방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에는 주사무소를 특정 지역으로 옮기거나 소재지를 중앙회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전북과 경북, 강원 등은 농협중앙회를 핵심 유치 대상으로 내세우며 지역 농업 기반과 국가균형발전 효과 등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중앙본부와 IT부문 조합원 등 약 2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의 본사 이전 추진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는 농협 본사 이전을 둘러싼 노조의 대응이 본격화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