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환율 예전보다 높아졌나"…한은도 새 잣대 고민

"적정환율 예전보다 높아졌나"…한은도 새 잣대 고민

최민경 기자
2026.09.15 17:3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8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330원대까지 하락하며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26.9.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8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330원대까지 하락하며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26.9.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해외 주식 투자가 일상화되고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규모도 커지면서 과거 교역 중심의 잣대만으로 원화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문제의식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제기됐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증권자금의 움직임이 환율뿐 아니라 국내 통화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자본 이동의 구조적 변화가 통화정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15일 한은이 공개한 '2026년도 제16차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27일 금통위에서 "적정 환율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의 환율 수준과 흐름이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했을 때 적정한 수준인지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한은이 활용하는 실효환율이 교역가중치를 바탕으로 산출된다는 점을 짚으며 최근 크게 확대된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와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를 함께 반영하는 원화지수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거 원화 가치는 주로 수출입에 따른 외환 수급과 한미 금리차 등에 좌우됐지만 최근에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투자가 크게 늘면서 자본 흐름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자 개인의 해외증권투자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한은 관련 부서는 "올해 3월 들어 해외투자가 축소되다가 7월 이후 투자규모가 다시 확대되면서 과거 해외투자가 활발했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에는 주요국 장기금리 상승으로 해외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채권투자가 비교적 크게 늘었고,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해외주식 투자도 재차 증가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다만 한은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해외투자 확대 등에 따른 외화 유출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외화자금 흐름에서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을 제외하면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은은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거주자의 해외투자자금 및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회수에 따른 외환유출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되는 자금은 환율뿐 아니라 시중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통화량 증가율이 좀처럼 둔화하지 않는 이유도 논의됐다.

한은 관련 부서는 금리 인상 초기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줄이고 은행 대출을 늘린 데 따른 민간신용 증가가 최근 광의통화(M2)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통화량 증가 속도 자체는 과거 평균보다 빠른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향후에는 국외 부문의 유동성 증가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현재까지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자금유입을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대부분 상쇄하였으나 향후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완화될 경우에는 국외부문을 중심으로 통화량 증가 압력이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가계가 보유한 통화의 움직임도 주식시장과 밀접해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증가했던 가계 보유 M2 증가율은 지난 5~6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가계가 정기예금 등 통화성 자산을 줄이고 주식 보유를 크게 늘린 영향이다. 한은은 7월 이후 주가 조정으로 개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줄어든 만큼 가계 M2 감소 추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민경 기자

경제부에서 한국은행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