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는 저당 도시락, 투석 환자는 저단백 식단, 다이어트 중인 소비자는 칼로리를 계산한 맞춤 메뉴."
머지않아 이런 식단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획일적인 대량생산을 넘어 '나만을 위한 식품(Custom Food)'을 빠르고 정확하게 생산하는 스마트 식품공장의 출현이 임박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이 AI와 로봇을 활용한 차세대 맞춤형 식품 생산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급성장하는 맞춤형 식품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다.
식품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 가운데 '커스텀 푸드 스마트 생산기술' 연구개발 과제의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돼 최근 킥오프(Kick-off) 회의를 열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 사업에는 식품연을 중심으로 대학과 출연연, 식품기업, 로봇·자동화 기업 등 모두 23개 기관이 참여한다. 연구비만 총 316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연구개발(R&D) 프로젝트로, 오는 2030년까지 약 5년간 추진된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식품 제조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데 있다. 현재 식품공장은 대량생산에는 최적화돼 있지만 사람마다 다른 건강 상태와 영양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식품을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도시락이라도 당뇨 환자에게는 당류와 나트륨을 줄여야 하고, 신장질환자는 단백질과 무기질을 조절해야 한다. 체중 관리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열량과 영양 균형까지 맞춰야 한다.
하지만 메뉴와 주문량이 수시로 바뀌고, 원재료와 포장 방식은 물론 영양성분 표시까지 모두 달라져야 한다. 기존 식품공장의 획일적인 자동화 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쉽지 않다.
특히 고령친화식품이나 특수의료용 식품은 일반 식품보다 제조공정이 훨씬 복잡하다. 지금도 식재료 세척과 손질, 조리, 배분, 포장, 품질검사 대부분을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난과 숙련도 차이에 따른 품질 편차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식품연은 이러한 한계를 AI와 로봇으로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피지컬 AI(Physical AI)'다.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과 조리·검사 장비를 직접 제어해 식재료 세척부터 이물 검사, 조리, 배분, 포장, 품질검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생산라인으로 연결한다.
여기에 SDM(Software Defined Manufacturing) 기술도 접목한다. 생산 설비들이 서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주문량과 메뉴가 바뀌어도 스스로 작업 조건을 조정한다. 뿐만 아니다. 고객 주문이 바뀌면 생산라인도 자동으로 레시피와 공정을 바꾸는 시스템이다.
식품연은 연구 과정에서 실제 생산현장을 대상으로 자동화 수준과 생산 효율, 품질 안정성, 인력 절감 효과 등을 실증하는 한편 향후 식품 제조와 외식산업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기재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융합연구본부장은 "맞춤형 식품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식단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이 필수"라며 "AI와 로봇 기반의 스마트 생산기술을 통해 국내 맞춤형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