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유력한 가스복합화력발전(이하 가스발전) 건설 사업은 미국 내 AI(인공지능) 투자와 이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 등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AI 데이터센터의 주력 전원으로 가스발전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일정 기간 이후 원금 회수와 수익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28일 정부와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미국 텍사스주 동남부 지역 가스발전 건설 사업에 198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그동안 대미 투자 프로젝트 후보군으로 대형 원전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분야 사업이 유력하게 검토돼 왔는데 미국 내 전력수요나 사업성, 시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시 가스발전이 가장 먼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가스발전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연소해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을 복합적으로 가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방식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만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원전보다 공사기간이 짧으며 재생에너지보다 출력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AI 시대에 주요 에너지 믹스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량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61.8GW(기가와트)에 달하고 2030년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134.4GW에 이를 전망이다. 전력수요의 급증에 따라 당장 발전소의 추가 건설이 필요한데 원전은 사업계획부터 가동까지 10년 이상 소요되고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 데이터센터에 즉시 전력을 공급할 대안으로 가스발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현재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에 가장 많은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은 천연가스로 전체 공급의 약 40%를 담당하고 있다. 이어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각각 24%, 20%를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5년 간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30년까지 연간 130TWh(테라와트시) 이상의 가스발전 전력 공급이 추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가스터빈 업계에서도 반도체 못지 않은 병목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세계 3대 가스터빈 회사인 GE버노바, 지멘스 에너지, 미쓰비시 파워의 수주물량은 2028~2030년까지 완판됐다. 당장 추가로 가스발전소를 지으려면 두산에너빌리티 등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본이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가스발전을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지난 2월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9.2GW 규모의 오하이오주 가스발전과 텍사스 원유 수출 시설 등을 발표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미 동부 지역 가구당 전력요금이 17달러 이상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요금 안정을 위해 가스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결과가 일본의 투자"라며 "한국도 유사한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라는 안정적인 공급처가 확보된 만큼 대미 투자 사업의 핵심 요소인 상업적 합리성도 충분히 충족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들은 전력 확보 기간 단축 및 전력품질 개선을 위해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직접 끌어쓰는 BTM(Behind The Meter) 발전 도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라며 "핵심 발전원으로 빠른 건설기간과 출력제어 능력이 높은 가스발전이 가장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사업성은 충분하지만 초기 대규모 투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변동성과 유동성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도 나온다. 한미 간 합의에 따라 자금 납입은 연간 200억달러로 제한된 만큼 구체적인 투자금 납입 시기나 방식 등은 조율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각 연도별로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자금 조달은 요구받지 않도록 돼 있다"며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라 올해는 추가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