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실외기 설치와 패널 시공, 외벽 도색 등 일상적인 작업이 잇따라 중대재해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공사나 고위험 작업뿐 아니라 반복적인 설치·운반·도장 작업에서도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중대재해 예방 대상을 보다 촘촘하게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26년 6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추락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끼임·깔림·부딪힘·무너짐 사고와 지게차·굴착기 등 건설장비 관련 사고도 다수 발생했다.
사고 내용을 보면 상당수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설치·운반·도장 작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 6월9일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지상으로 추락해 숨졌고, 같은 날 케이블트레이 설치를 위해 개구부를 확장하던 작업자와 고소작업대에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던 작업자도 각각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패널작업 중 사고도 이어졌다. 6월1일에는 지게차 포크 위에 올려놓은 팔레트에서 벽면 패널을 설치하던 작업자가 추락했고, 17일에는 패널을 옮기던 중 밟고 있던 패널이 파손되면서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 밖에도 이동식 비계에서 파고라를 설치하거나 천장 소방배관을 시공하던 작업, 아파트 옥상 외벽 도색 준비 작업, 축대 방수포 설치, 공장 창고 지붕 천막 보강 작업 등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작업 과정에서도 추락 사고가 잇따랐다.
추락 외 사고도 적지 않았다. 폐기물 운반차량 적재함 후문을 열던 작업자가 선회하던 굴착기에 끼여 숨졌고, 밀려 내려가는 지게차를 막으려다 전도된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리프트와 벽체 사이, 압축기와 점검구 틀 사이에 작업자가 끼이거나 H빔과 지브 호이스트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깔리는 사고도 이어졌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추락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조치만 제대로 이행해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는 사고"라며 "반복되는 작업일수록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경계심이 느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영세 사업장이나 하청 현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에 추락 방지시설 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생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안전교육뿐 아니라 원·하청 계약 구조와 안전관리 체계도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사고들의 구체적인 원인과 안전조치 위반 여부 등을 담은 재해조사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노동부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올해 6월1일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의 재해조사보고서를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내사종결 이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