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경상수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 증가하면서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최대였던 지난 5월(386억1000만달러)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경상수지는 3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1910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78억7000만달러)의 약 4배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직전 반기 최대였던 지난해 하반기 흑자 규모도 큰 폭으로 웃돌았다.
한은이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인 1515억달러보다 395억1000만달러 많다. 연간 전망치 2500억달러의 76.4%를 상반기에 이미 달성한 셈이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상반기 경상수지가 기존 전망보다 높게 나온 만큼 연간 흑자도 2500억달러보다는 더 높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수정치는 8월 조사국 경제전망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하반기 경상수지와 관련해 "7월 통관 무역수지는 6월보다 줄었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전년 동월 기준 최대 수준의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로 전월(378억6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수출은 IT 품목이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주변기기·SSD(+282.7%) △반도체(+196.9%) △정보통신기기(+166.0%) △무선통신기기(+60.6%) 등이 큰 폭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급증에는 물량보다 가격 상승이 더 크게 작용했다. 김 국장은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 증가에는 물량보다 가격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기계류·정밀기기(+8.6%)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IT 품목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7%, 비IT 품목도 11.6% 늘었다.
박성곤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반도체의 수출 증가폭이 워낙 커 다른 품목의 증가세가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비IT 품목도 10% 이상 늘어 흐름이 나쁘지 않다"며 "반도체가 수출을 주도하는 가운데 다른 품목도 흑자 확대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은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에 힘입어 관세 영향에도 수출이 늘었고, 자동차도 고유가에 따른 친환경차 수요가 늘고 있어 전반적인 수출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는 △동남아(+105.7%) △중국(+92.0%) △미국(+78.6%) △중남미(+36.1%) △EU(+31.8%) △일본(+15.8%) 등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반면 중동 지역 수출은 8.5% 감소했다.
수입은 원자재와 자본재를 중심으로 늘었다. 원자재 수입은 석탄(+63.0%), 원유(+50.3%), 화공품(+28.8%), 가스(+22.4%) 등이 증가했다. 자본재도 반도체(+64.1%), 정보통신기기(+44.0%), 반도체제조장비(+42.4%) 등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재 수입도 16.4%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로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다만 여행수지는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흑자폭이 커졌다.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한 반면 유류할증료 인상과 높은 환율 등의 영향으로 내국인 출국자가 줄어든 결과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입국자는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6월 여행수입은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상반기 여행수입도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만성 적자를 이어온 여행수지는 올해 3월과 5월, 6월 흑자를 냈다.
김 국장은 "최근 외국인 입국자가 월 200만명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국내 소비 증가 흐름이 이어진다면 여행수지 개선세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전월에 집중됐던 사용료 수입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한은은 이를 일시적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본원소득수지는 32억7000만달러 흑자로 전월보다 흑자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가운데 전월 분기배당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본원소득수지도 대외 직접·증권투자 누적에 따른 배당수입 증가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467억1000만달러 증가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는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주식투자는 75억3000만달러 늘었지만 부채성증권은 매파적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로 연내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서 39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는 263억2000만달러 감소해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 주식투자는 차익실현 매도와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줄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감소폭을 경신했다.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추종자금 유입 등으로 52억9000만달러 증가했지만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폭은 축소됐다.
김 국장은 "7월에는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도와 포트폴리오 재조정 움직임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증가로 잡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조적인 흐름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