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2000억달러 규모 전략투자 협상이 수익성·원금 회수·손실분담 등 핵심 조건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사업별 수익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투자금 회수와 손실 위험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를 두고 세부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는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인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원전·LNG 등 후속 사업의 투자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엔시날 사업은 223억달러 규모의 6.3GW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으로, AI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핵심 쟁점은 투자 위험을 어떻게 나눌지다. 당초 한미는 여러 사업의 수익과 손실을 묶어 한 사업의 손실을 다른 사업의 이익으로 보완하는 '리스크 풀링' 구조를 논의했다. 하지만 미국이 프로젝트별 손익 정산을 요구하면서 수익 배분 방식을 놓고 협상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한국의 원금 회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아직 최종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익성 문제는 금리 상승으로 더 까다로워졌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미 전략적 투자 MOU(양해각서)에 따르면 한국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 적용되는 이자는 미국 20년물 국채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한다.
미국 20년물 금리는 MOU 체결 당시 연 4.73%에서 최근 5.40%까지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한국이 받을 이자도 늘어난다. 그만큼 투자금과 이자를 회수하기 위해 사업에서 확보해야 할 수익도 커진다. 원리금을 20년에 걸쳐 회수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연간 수익률은 16.1%에서 17.0%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엔시날 사업에서는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와의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국 기업의 기자재·시공 등 사업 참여 방안도 협상 대상이다. 미국 정부의 지급·대출 보증과 공사비 증가 위험 분담도 투자 안전장치로 꼽힌다.
후속 사업 조건도 협상 대상이다. 미국은 최대 8기의 대형 원전 건설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투자 규모로 최대 1200억달러가 거론된다. 알래스카 LNG는 미국의 참여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처와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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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 요구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2000억달러 전략투자 펀드와 별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메모리 생산시설 투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반도체 투자가 한미 간 논의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기존 대미투자 펀드와는 별도 사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대미투자 협상에 대해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내용을 보니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다"며 "다시 얘기를 또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의 처리 문제를 언급했다.
정부가 강조해온 '상업적 합리성' 원칙도 최종 합의의 핵심이다. 투자사업에서 한국에 돌아오는 예상 수입으로 투자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사업별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엔시날을 비롯한 대미투자 사업에서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익성과 손실 부담 구조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최종 합의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