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속도전'을 강조하며 주52시간 근로제 개선과 성과급 제도 손질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도체 생산거점 운영 방향과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등 산업·통상 현안에 대한 입장도 함께 밝혔다.
김 장관은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향후 5년 안에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반도체 시장은 한 번 고객사를 확보하면 쉽게 바뀌지 않는 산업"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2000억달러 규모인 시장이 1조달러로 커질 때 지금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도체라는 전략자산이 약화될 수 있다"며 "기업도 고객을 잃거나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다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기업 모두 지금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반도체 추격에 대해서도 강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과 규모, 속도는 정말 충격이고 소름이 끼칠 정도"라며 "중국이 소부장 분야에서 '착착착' 진행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현실을 우리나라 경제 주체 모두가 위기의식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주52시간 이슈는 반도체법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서 뭔가를 성취하려는 사람들의 의지와 연구개발 의욕을 제도가 꺾어서는 안 된다"며 "최소한의 룰은 필요하지만 주52시간제는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충칭에서 들은 일화를 소개하며 "중국에서도 근로시간 규제를 도입했더니 IT 기업 노동자들이 '그렇게 일해서 어떻게 다른 기업과 경쟁하느냐', '왜 우리가 일하려는 것을 막느냐'고 항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중국 내부 경쟁도 정말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R&D 분야와 스타트업은 머리와 일하겠다는 의지밖에 없는 젊은 사람들의 영역"이라며 "정부가 열심히 일하겠다는 청년들의 의지를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재투자를 위해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의 주인은 주주와 투자자이며, 경영진이나 노동자가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반도체는 수익이 나면 다음 세대를 위해 다시 투자해야 하는 전략자산"이라며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하려면 최소한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동의를 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과 상법 개정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호남권을 새로운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선정한 이유도 설명했다. 김 장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최대한 앞당겨 추진하겠지만, 용인에 계획된 생산시설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은 전력·용수와 송전망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호남권을 추가 생산거점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통상 현안과 관련해서는 CPTPP 가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대한민국은 통상으로 먹고사는 국가인 만큼 CPTPP 가입은 필요하다"며 "농수산업계와 충분히 소통하고 설득해 국익 차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 관세 협상은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마무리되도록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치권의 오해가 없도록 적극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