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8월 10일, 한국 근대 농업의 토대를 세운 한 과학자가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67년이 흐른 올 여름, 그의 손자와 증손자 등 후손 10명이 한국을 찾는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우장춘 박사의 67주기를 맞아 일본에 거주하는 후손 10명을 10일부터 12일까지 한국으로 초청한다고 9일 밝혔다. 단순한 추모 행사가 아니다. 한 세대를 건너뛰어, 두 나라의 원예산업이 다시 손을 맞잡는 자리다.
우장춘 박사는 광복 직후인 1950년, 일본에서의 안정된 연구 생활을 뒤로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당시 한국은 채소 종자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던 나라였다. 품종을 개량할 기술도, 육종을 연구할 기반도 없었다.
그는 맨땅에서 시작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초대 원장을 맡아 국내 원예 연구체계를 하나씩 세웠고, 서로 다른 종의 식물이 교잡을 거쳐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는 '종의 합성' 이론을 정립해 세계 육종학사에 이름을 남겼다. 종자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나라, 농업이 과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가 이 땅에 심은 유산이다.
이번 방한은 지난해 11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유가족과 교류의 물꼬를 트면서 본격화됐다. 후손들은 기일인 10일, 수원 여기산에 있는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기제사에 참석한다. 이어 이승돈 농촌진흥청장과 만나 우 박사가 한국 농업과학에 남긴 의미를 되새긴다.
우 박사의 손자인 스나가 토시하루 씨는 11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해외 전문가 초청 연수회 연사로 나서, '최근 일본 화훼시장(분화·모종) 동향'을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신젠타 플라워스 품종을 일본에서 독점 공급하는 원예 전문기업 'FS Bloom'에서 근무하고 있다.
67년 전 할아버지가 한국 원예산업의 뿌리를 내렸다면, 이제 손자는 일본 화훼산업의 최신 흐름을 한국에 전하는 셈이다. 한 세대를 건너 이어진 원예의 인연이, 다시 한번 두 나라를 잇고 있다.
강연 후에는 홍보관과 치유농장 등 연구시설을 둘러보며, 우 박사가 씨를 뿌린 조직이 67년 동안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후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앞으로도 이어질 후손과 연구원 간 교류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후손들은 12일 부산 동래구의 우장춘기념관을 찾아 그의 삶과 발자취를 돌아본 뒤 일본으로 돌아간다.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이번 행사는 우장춘박사님 묘소 참배와 기제사를 통한 추모와 정신 계승, 해외 전문가 발표를 통한 산업 교류를 함께 아우르는 뜻깊은 자리"라며 "유가족 방문이 지속적인 교류로 이어져 국제 학술·산업 협력을 넓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