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정부의 증시 관련 세제개편안이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부 세제개편안이 자체 수정 상황에 놓인 것이다.
9일 정치권 및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개편 및 주가누르기 방지법 관련 수정안 검토에 들어갔다.
청년 투자자들의 반발이 특히 컸던 ISA 세제 혜택 축소 방침을 정부가 철회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문제는 정부가 국내주식, 국내주식형펀드, 국민성장펀드 등 이른바 '국장'에만 투자 가능한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기존 ISA 혜택은 줄이며 시작됐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던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사용하지 않은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이월하는 기능도 없애기로 하면서다.
국내 증시 활성화와 함께 국민 자산 증식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단 취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생산적금융 ISA를 부각하기 위해 기존 ISA 혜택을 축소했단 불만이 나왔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국내 주식 장기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도 여론 악화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까지 나서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기존 ISA 세제 혜택 축소는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단 관측이다. 여당도 기존 ISA 혜택을 줄이는 데 반대 입장이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담긴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됐다. 상속·증여세를 줄이려 일부러 주가를 낮추면 주식가치를 최소 30% 할증해 세금을 더 물리는 게 골자다.
정부는 '주가 누르기' 기업 추정 요건으로 최근 13개 반기 중 누적 12개 반기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업종별 하위 25%(코스피), 10%(코스닥)에 해당한 경우를 규정했다. 최근 1년 동안 중복상장, 교환사채 발행 등을 했거나 시가 평가액이 최근 3년간 시가보다 30% 이상 하락한 경우도 해당한다.
이를 두고 기업들이 일부 기간에만 PBR 순위를 관리하는 편법을 쓸 여지가 있는 등 허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부동산 세제도 '뇌관'이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입법의견은 9일 오후 3시30분 기준 2488건이 올라왔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하는 등의 개편안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1632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특히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늘게된 '비거주 1주택자' 관련 의견이 쏟아졌다. 부득이하게 실거주하지 못한 경우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안은 취학, 직장 변경 및 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을 부득이한 사유로 보고 최장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들은 조부모의 손주 육아와 가족 돌봄을 위한 이주, 주택법에 따른 리모델링 공사 기간 등도 예외 사유에 포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정부 첫해인 지난해 세제개편안에서도 정부는 증시 관련 개편안을 전격 수정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기존 종목당(시가총액)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낮추면 이른바 큰손들의 연말 매도 폭탄으로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이재명정부가 강조해 온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대통령은 정부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결국 정부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조정을 없던 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