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구속력 없는 노봉법 '지침'…대통령이 '법령' 기준 만들라 한 이유

세종=조규희 기자
2026.08.11 15:28
이재명 대통령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간담회에 입장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6.04.10. /사진=뉴시스

기업의 영업이익 배분, 공장 설립 등 경영상의 결정이 노동조합의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정부의 명확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조직 내부 기준인 '행정지침(행정해석)'으로 사안을 판단하고 있어서다.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인 지침이 아닌 '법령' 안에서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의한 쟁의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내가) '명확한 규정, 예를 들면 사례 등을 명확하게 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했는데, '(노동부가) 규정을 안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있더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 이후 기업의 영업이익 분배와 신설 공장 설립 등이 노동조합과의 교섭·쟁의 대상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기업 고유의 권한인 경영상의 결정 등은 원칙적으로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노동부의 입장 전달과 기준 제시 방법은 어디까지나 '행정지침'에 불과했다. 행정지침은 훈령, 예규, 고시, 가이드라인 등 법령이 아닌 '행정규칙(Internal Administrative Rules)'에 해당한다.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과 대통령령·총리령·부령 같은 행정입법(시행령·시행규칙) 등 대외적 구속력을 지닌 '법령'과 달리 행정지침은 내부적 구속력만 갖는 '조직 내부 기준'이다. 원칙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사법부)을 직접 구속하는 법적 효력이 없다.

이 대통령이 "해석과 법률이 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건 다르다"며 "예를 들면 노동부령으로 '이런 경우는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다'고 하는 거하고, '이렇게 해석하는 게 노동부 의견이다'라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한 이유다.

그동안 노동부는 상위법의 명시적 위임 조항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대신 행정지침을 보완하는 방식을 검토해 왔다. 법령 제정의 절차적 부담과 입법 위임 한계를 고려한 조치였으나 결국 이러한 '임시방편'이 사법부 판단과의 불일치를 낳고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원인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헌법상 행정부의 집행명령 권한을 들어 노동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으로, 법률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라면 명시적 위임이 없어도 시행을 위해 할 수 있다"며 노동부령 등 법규명령 형태의 명확한 기준 마련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부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령(노동부령 등) 수준의 구체적 기준 제정에 나설 경우 경영상 판단의 쟁의 대상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와 사법적 리스크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적 해석과 기준에 대한 형식의 고민은 계속 해 왔다"며 "현장의 혼란이 최소화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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