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20.79%를 교육비로 자동이체?"…'족쇄'에 갇힌 교육교부금

세종=정현수 기자, 정인지 기자
2026.08.16 06:30

[교육교부금]③

[편집자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기획예산처는 전면 개편을 주장한다. 교육부는 현상 유지 혹은 부분 개편을 내세운다. 기획처와 교육부 입장에서 교육교부금 문제를 살펴본다.

기획예산처의 입장에서 본 교육교부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현황/그래픽=이지혜

재정 당국 입장에서 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이상한 '예산 주머니'다. 세수 상황과 무관하게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배정하는 구조인데, 가계부에 비유하면 월급이 얼마나 들어오든 월급의 20.79%를 교육비 통장에 자동이체하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에 이러한 구조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오전·오후반이 존재할 정도로 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에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는 오히려 미덕이었다. 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교육교부금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학생 수가 많이 줄었다. 지난 10년 동안 학령인구는 175만명 감소했다. 그 기간에 교육교부금은 약 40조원(78%) 늘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세수는 추세적으로 늘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교육교부금도 덩달아 증가했다.

더욱이 교육교부금은 '칸막이 구조'에 갇혀 있다. 교육청의 예산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교육청 소관이 아닌 대학과 평생교육 등에는 활용할 수 없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교육교부금 개편 토론회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하게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생 자녀가 2명 있다고 가정해보자.

매달 학원비를 자동이체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중 1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더 이상 학원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 월급이 올랐다는 이유로 더 많은 금액을 학원비로 자동이체하는 건 이상하다.

성과급이 들어오면 더 골치가 아파진다. 월급과 무관하게 추가로 성과급의 20.79%를 학원비로 자동이체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초과 세수는 20.79%의 비율로 교육교부금 몫이 된다. 올해 대규모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육교부금도 급증할 전망이다.

그렇게 증액해서 자동이체한 학원비는 대학생이 된 자녀의 학비로는 쓸 수 없다. 극단적인 비유라고 할 수 있지만, 국가 가계부를 짜야 하는 기획예산처로선 방치하기 힘든 문제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 13일 "재정 당국으로선 한정된 국가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래서 내국세 연동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대안이 거론된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학령인구 증감률을 반영해 교육교부금을 산정하되 교육교부금 하한을 전년도 예산액의 95%로 설정한 법안도 발의됐다. 기획처는 어떤 방식이든 지금보다 교육교부금을 줄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초과세수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한 조합 역시 검토되고 있다. 교육부는 내국세 연동 구조를 폐지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칸막이 구조를 일정 부분 깨는 것은 교육부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모습이다. 기획처와 교육부는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협의 결과는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교육부 입장에서 본 교육교부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이 폐지된다면 경기도교육청이 내년에도 '참교육'을 위한 교권보호국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예산이 조여들어 쉽지 않다고 봅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 본부장은 "내국세 연동률 폐지는 교부금을 줄이는게 목적"이라며 "지역마다 필요한 사업들이 축소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드라마 '참교육'을 계기로 각 교육청에 속속 생기고 있는 교권전담조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가장 먼저 나서 최근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을 선발 완료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조직 설립 의사를 밝힌 지 두달 만의 일이다. 반면 중앙정부의 예산 심의를 받아야 하는 교육부는 교권보호 전담팀을 신설하는 방안을 두달째 '검토' 중이다. 직군의 차이도 있지만 예산 권한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교육 정책 속도와 자율성 차이는 확연하다.

이 외에도 지역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도서산간이 많은 지역에서 운영하는 온라인학교, 방과후 활동 지원,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보조교사 등 교육청별 정책은 다양화되는 추세다. 기획예산처의 주장대로 학령인구를 산식에 넣어 필요예산을 산정할 경우 이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충성 사업들이 가장 먼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 본부장은 "학생이 많은 곳과 적은 곳의 교육 격차가 더욱 커질 것"며 "재정효율성을 위해 너무 큰 가치를 포기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또 공무원·교육공무직 인건비 인상률이 3%에 달해 매년 인건비만 2조5000억원이 증가 중이라고 설명한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연동률을 폐지해도 "교부금 총액이 예년보다 줄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국가가 정당한 월급만 지급해도 교부금 총액은 늘어야 한다.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실시하면서 중등 교사 수요가 늘었고, 무상급식·늘봄·학생 심리상담 등이 도입되면서 조리사, 늘봄실무사, 전문상담사 등 교육공무직이 모두 교부금의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향방은?'에서도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보통교부금 재정수요액은 '최소' 약 90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교부금 총액은 76조4381억원(1차 추경 반영)이고 반도체 호황으로 80조원을 넘기더라도 부족한 금액이다. 실제 교육청들은 부족한 예산을 기금에서 끌어다 써 올해 사용액은 80조원을 웃돈다. 여기에 교육부는 초등부터 시작되는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사업을 추가해 내년 예산은 더 늘어야 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이 빠듯해지면 인건비를 줄일 수 없으니 교육 시설비를 먼저 줄이게 될 것"이라며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한 지 40년 이상 경과한 학교건물은 전국 8461동으로 매년 약 1조5000억원의 개축·리모델링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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