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 빚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주택관련대출이 이끌던 증가세에 신용대출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택 거래 증가와 가격 상승, 증시 활황이 맞물리면서 주택 매수 자금과 '빚투' 수요가 동시에 불어났다. 가계부채 관리 부담은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은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한 201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3분기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주택관련대출은 12조2000억원,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12조8000억원 늘었다. 기타대출 증가액이 주택관련대출을 웃돈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주택관련대출은 수도권 아파트 거래 증가와 기존 분양주택의 집단대출 수요가 맞물리며 늘었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3월 2만7000가구에서 4월 2만8000가구, 5월 2만9000가구, 6월 3만가구로 증가했다. 서울 거래량은 3월 6400가구에서 4월 7500가구, 5월 8900가구로 늘었다가 6월 7700가구로 줄었다.
증시 활황은 신용대출 증가를 부추겼다. 전 금융권 신용대출은 4월 9000억원 감소했지만 5월 3조6000억원 증가로 돌아섰고 6월에도 2조6000억원 늘었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연초 27조4000억원에서 6월 말 36조7000억원으로 9조3000억원(약 34%) 증가했다. 신용융자는 반도체 등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한 코스피를 중심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예금은행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이 많이 늘었다"며 "2분기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주식투자 수요와 관련된 자금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흐름을 보면 기타대출이 이처럼 많이 늘어난 경우는 드물었다"며 "신용대출 증가 폭이 상당히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로서는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공급 지원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주택공급 촉진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을 위해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당초 1.5%에서 3% 수준으로 높였다. 늘어난 대출 여력은 정비사업 이주비대출과 신축단지 중도금·잔금대출 등에 활용하되, 투기성 대출은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빚투'에 활용되는 신용융자·미수거래 관리도 강화했다. 지난 5월 증권사에 관련 위험관리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검토하도록 했다. 일부 증권사는 저등급 종목의 신용한도를 낮추고, 신용잔고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추가 신용매수를 제한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7월 성장 회복과 물가 상승 압력에 더해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다. 성장세가 견조하고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도는 상황에서 가계대출까지 빠르게 늘면서 추가 인상의 명분도 강해졌다.
다만 3분기 들어 대출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6월 8조3000억원에서 7월 6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한은도 주식시장 조정과 불확실성 확대로 2분기와 같은 기타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향후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흐름이 추가 금리 인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