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다시 90달러 안팎으로 오르면서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보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분 정산이 진행 중인 데다 하반기분도 원가 검토와 결산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정산은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20일 기준 두바이유 87달러선, WTI(서부텍사스산원유) 85달러선, 브렌트유 91달러선까지 상승했다.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최고가격제 운영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손실보전은 정유사가 제출한 원가 자료 등을 토대로 실제 손실 규모를 산정해 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손실보전액은 실제 원가와 최고가격 간 차이를 바탕으로 산정되는 만큼,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수록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는 현재 상반기분 손실보전 정산을 진행 중이다. 정유사별로 원유 도입처와 정제공정, 제품 수율, 유틸리티 비용 등이 달라 각사의 원가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해야 한다.
상반기분은 9월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원가 검토와 손실 규모 산정 등을 거쳐 11~12월 사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하반기분은 이후 관련 자료와 원가 검토, 결산 등을 거쳐야 해 실제 정산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아울러 내년까지 정산 작업이 진행될 경우 올해 예산을 넘어서는 손실보전 소요가 발생하더라도 올해 추경보다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단계에서 하반기 손실보전 규모나 추가 재정 소요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손실보전과 관련한 추경 필요성에 대해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상반기 자료 제출 기한인) 9월까지는 지켜보고 판단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손실보전 규모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국제유가와 중동산 원유 수급 상황이다.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다른 지역에서 원유를 조달할 수 있지만 원유 도입 비용이 높아져 석유제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한꺼번에 반영하지 않고 급등락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하면 최고가격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하면서 소비자 가격의 변동 폭을 완화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는 무조건 가격을 내리는 제도가 아니라 유가의 급등락에 대해 국민들이 그 숫자를 바로 체감하지 않도록 평탄화하는 것"이라며 "유가가 크게 오르면 최고가격도 적정 수준에서 올리면서 수요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