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물 주고 하우스 여닫고…농협 '보급형 스마트팜' 확대

천안(충남)=이수현 기자
2026.09.08 15:08
스마트팜 농가 관계자가 시설하우스에서 스마트폰과 제어장치를 이용해 관수·양액 공급 등 재배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이수현

지난 달 27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봉황리의 한 오이 비닐하우스. 하우스 한쪽에 설치된 제어장치에는 개폐기와 관수시설을 작동시키는 버튼이 나란히 놓였다.

제어장치는 휴대전화와 연결돼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었다. 화면을 몇 번 누르면 멀리서도 하우스 개폐기를 여닫고, 관수 시간을 설정해 자동으로 오이에 물을 줄 수 있다.

과거에는 온도를 확인하고 환기를 조절하거나 물을 주려면 농가가 직접 하우스를 찾아야 했다. 이제는 카메라로 하우스 내부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로 시설을 제어할 수 있어 농장을 오가는 횟수와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곳에 설치된 시설은 농협이 중소농을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는 '보급형 스마트팜'이다. 기존 비닐하우스에 원격 개폐기와 관수·관비시설, 카메라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휴대전화로 시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우창 아우내농협 오이공동출하회 부회장은 "예전에는 농업인이 직접 하우스에 와서 개폐기를 열고 닫고 물을 주는 작업을 해야 했다"며 "원격제어를 활용하면 여러 차례 하우스를 오가던 일을 줄일 수 있어 농가의 노동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봉황리 농가에 스마트팜 설비가 들어온 것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기존에도 온도를 확인하고 개폐기를 원격으로 여닫는 일부 기능을 사용했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관수시설과 카메라까지 갖췄다. 개폐와 관수 등 기존에 사람이 직접 하던 작업을 원격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팜 기술이 적용된 오이 시설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이수현

보급형 스마트팜은 모든 시설을 완전 자동화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서 개폐와 관수 등 농가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해 스마트팜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부회장은 "완전자동형 스마트팜은 비용이 많이 들어 기존 중소농이 도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농가가 기존 하우스를 활용하면서 실제 필요한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보급형 스마트팜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도 낮췄다. 보급형 스마트팜의 설치비는 농가당 약 1000만원 수준이다. 농협이 사업비의 75%를 지원하고 농가가 나머지 25%를 부담하는 구조다.

현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특히 농장과 거주지가 떨어져 있는 농가에는 원격 관리의 활용도가 높다. 오이는 온도 변화에 민감한 만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하우스 개폐를 통한 온도 관리가 중요하다. 휴대전화로 온도와 내부 상황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대응할 수 있어 보다 안정적으로 하우스를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팜 설비의 필요성에 의문을 보이던 농가들도 실제 사용한 뒤에는 만족도가 높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현재 개폐와 관수 중심인 설비에 향후 양액기나 환풍기, 무인 방제시설 등을 연동하면 자동화할 수 있는 작업 범위도 넓힐 수 있다.

다만 추가 설비에는 비용이 필요한 만큼 중소농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스마트화를 확대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농협은 보급형 스마트팜 확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 1600개소 수준이던 보급형 스마트팜을 올해 2000여개소로 늘리고 현장 중심의 스마트팜 컨설팅도 추진할 예정이다.

노수현 농협경제지주 산지유통부장은 "농가마다 재배 품목이나 시설 여건이 다른 만큼 현장에서 실제 필요한 기능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급형 스마트팜 확대와 함께 현장 컨설팅을 강화해 농가가 스마트농업을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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