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담합 및 독·과점 등 불공정행위를 비롯해 원가를 부풀려 최종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을 전가하는 시장 교란 사업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14일 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 등 체감 물가와 밀접한 먹거리 관련 업체(38개) 외에 패션잡화 등 생활 소비재를 취급하는 플랫폼 업체(3개)가 포함된 총 41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원재료비 상승 등 대외 불안 요인에 원가 절감으로 대응하기보다 오히려 물건 가격을 높이고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 허위 원가 계상 등 의도적으로 이익을 축소했다. 탈루혐의 금액만 무려 약 1조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우선 수급 불안을 내세워 출하가 인상을 당연시해 온 계란 생산농가, 할당관세 혜택을 사유화 한 농산물·육류 유통업체 등 명절 밥상 물가를 끌어올린 농축산물 취급업자들이 조사대상자로 선정됐다.
계란이 '금란'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가격 상승을 부추겨 온 생산자단체가 담합행위로 제재를 받은 가운데 이번 조사대상자들은 3~5년에 걸쳐 수십억원 대의 수익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업체는 계란 가격을 높여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거래처에 계산서 수수없는 무자료 거래를 요구하고 판매대금은 비사업용 계좌를 통해 수취해 은닉했다. 가족이 대표로 있는 별도의 농업회사법인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산란용 병아리를 넘겨 이익을 분여하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령한 보조금도 수입금액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다른 업체의 경우 농·어민의 축산소득에 대한 비과세 규정을 악용해 대표 배우자 명의의 실체없는 양계장을 차려 매출을 분산한 다음 이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제3자로부터 산란용 병아리를 매입했음에도 대표 배우자 명의의 양계장과 거래한 것처럼 거짓 계산서를 주고받기도 했다.
참깨, 파인애플 및 우돈계육을 수입하며 할당관세 혜택 등을 받아온 업체들 중 허위로 경비를 부풀리고 매출 신고를 누락한 사업자가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0%의 할당관세율로 돼지고기를 수입해 온 한 업체는 매출처와의 거래 관계 중간에 대표자 자녀 명의의 유령 사업자를 끼워넣어 유통 마진을 챙긴 후 단기간에 폐업해 할당관세 혜택을 가로챘다.
아울러 원재료 가격의 오름세에 편승해 판매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킨 가공식품 업체·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및 배달 플랫폼 업체도 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가공식품 가격의 잇따른 인상으로 국민의 생계 부담이 가중되는 있는 상황에서 업계 내 독·과점적 사업자를 비롯한 일부 가공식품 업체의 부당한 원가 왜곡 행태와 비정상적 회계 처리가 포착됐다.
최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소스, 만두류 제조업체의 경우 퇴직임원이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에 수수료를 과다 지급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의 물류센터 사용료를 대신 지출해 이익을 빼돌렸다. 사주 자녀가 본부장으로 근무중인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금 명목으로 고액을 송금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 종합식품업체는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다.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관계회사에 귀속돼야 할 경비를 업무와 무관하게 대신 지출하거나 국외 관계사에 거액의 금전을 지원하면서 이자를 미수취한 혐의도 확인됐다.
나아가 핵심 원부자재 공급가를 인상하며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지우는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방만한 내부 경영과 고의적인 세금 탈루행태가 적발됐다.
전국적으로 2000여개의 가맹점을 갖춘 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사주의 개인적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 관련 비용으로 둔갑시켰다. 사주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유원지 내의 알짜 직영점을 무상으로 양도한 후 재료를 저가 공급하는 등 비합리적으로 손실을 떠안기도 했다.
다른 가맹본부는 사주가 직원 명의로 가맹점을 운영하며 소득을 분산하고 한 대 당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3대나 취득해 사적으로 사용했다.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협력업체로부터 감리용역 대가 및 각종 리베이트를 수취한 후 은닉하고 가맹 희망점주가 부담한 창업 컨설팅 비용을 부당히 손금에 산입해 수입금액을 축소해 신고했다.
특히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규모 출혈경쟁을 지속하면서 최종 소비자 가격의 인상을 초래한 배달 플랫폼 사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에서 창출한 1조 원 대의 이익을 세금 부담 없이 해외 지배주주에게 이전해 온 해당 플랫폼 업체는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 제공하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 공제받은 혐의가 확인됐다.
이 밖에 경쟁사 대비 우월적인 지위에서 패션 시장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한 일부 패션 플랫폼 업체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월등한 플랫폼 이용률을 매개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부담을 전가하거나 변칙적인 회계 처리를 통한 고의적 매출 누락은 물론 특수관계법인에 광고비 및 용역비 과다 지급, 재고자산 고가 매입 등으로 원가를 부풀린 혐의가 확인됐다. 심지어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해 사주가 개인적으로 거주하는 전형적인 사익편취 행위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그동안 '물가 불안 조장 탈세자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와 물가 상승 간의 연결고리가 확인된 만큼 국세청은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이번 탈세혐의자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재료비·유통비용 등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되는 생산 원가의 적정성 및 거래처와의 정상 거래 여부, 그리고 법인자금 유출로 부를 축적해 온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과정을 중점 점검할 것"이라며 "차명계좌를 통한 수익 은닉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명의대여 등 조세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즉시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해 단호히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