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만 때려선 못잡아… 반복담합 '시장퇴출' 초고강도 칼뺐다

박광범 기자, 이승주 기자
2026.09.29 04:10

소방·의약 등 민생밀접업 대상
공정시장 저해행위 '발본색원'
처분시효도 12년→15년 확대
개별법 근거없는 '식품'은 제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반복담합 사업자에 대한 시장퇴출 방안을 도입하려는 것은 현행 제재로는 민생을 저해하는 담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징금 중심의 제재에 영업 자체를 제한하는 수단을 추가함으로써 상습담합 유인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반복 담합시 등록취소 및 영업정지 규정 도입 업종

28일 국회 및 관계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담합이 자주 발생한 민생밀접분야 업종을 대상으로 5년 이내 2회 이상 반복적으로 담합한 사업자에 대한 등록취소 및 영업정지 제도도입을 추진한다. △안전·생명 △에너지·산업 △환경 △운송 같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4개 분야, 17개 업종이 대상이다.

현재 건설사업자가 9년 내 2차례 이상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 건설업등록을 말소하고 공인중개사사업자단체 및 공인중개사가 2년 이내 2회 이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를 반복해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데 이를 다른 업종으로도 확대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반복담합 사업자를 적발, 관계부처에 등록취소 또는 영업정지 등을 요청하면 해당 부처가 개별법에 따라 처분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당정은 공정거래법 및 17개 개별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안전·생명분야 △소방시설업 △전기공사업 △설계·감리업과 에너지·산업분야 측량업 4개 업종은 반복담합 시 등록취소 및 영업정지 처분이 모두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나머지 13개 업종에선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담합행위의 적발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조사 개시일 기준 최대 12년인 처분시효를 최장 15년으로 늘린다. 또 교육분야 공공입찰 담합을 선제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에 교육청을 의무제공 협조기관 중 하나로 명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도 추진한다.

밀가루, 인쇄용지, 전분당 등의 담합 적발로 공정위가 20년 만에 꺼내든 '가격재결정 명령'의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현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그밖에 필요한 시정조치' 및 심사지침상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근거로 가격재결정 명령을 부과한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가격을 담합 이전의 경쟁회복 수준으로 재결정하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 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 모호한 지점이 있다. 당정은 공정거래법에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재결정하도록 명시해 실효성 있는 가격재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반복담합 사업자 등록취소·영업정지 대상에서 식품분야는 빠졌다. 식품업은 반복담합을 이유로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내릴 개별법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구조적 조치 도입을 고려 중이다. 기존 행태적 시정조치와 과징금 제재만으로 독과점 폐해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분할이나 지분매각 등과 같은 구조적 조치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담는 방안이다.

구조적 조치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이 공들여 키운 사업부 등을 강제매각할 경우 기업가치 하락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서다. 공정위는 부작용을 고려해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더라도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담합이나 사익편취, 부당지원 행위 등이 반복될 때 구조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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