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이 쉬어도 밭의 상추는 자라고, 오이는 익는다. 수확 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에 시장의 휴무일은 때로 가격을 좌우하는 변수다.
최근 수도권 핵심 도매시장들이 같은 날 문을 닫으면서, 정작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들은 출하할 곳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지나친 격차를 지적하며 농산물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정부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유통체계 개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거래의 확대가 아니라 도매시장의 휴업 확산이다.
서울 가락시장은 올해 5월을 제외하고 매달 한 차례씩 정기휴업 외에 추가로 쉬었다. 경기 구리시장도 10~12월 가락시장과 같은 날짜에 휴업하기로 했다.
인천과 경기 등 다른 시장에서도 동참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의 큰 시장들이 동시에 닫히면 농민에게 남는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가격도 민감하게 움직였다. 이달 10일 가락시장 시범휴업 이후 12일 상추 경락가격은 직전 주 평균보다 11.5%, 백다다기 오이는 22.8% 낮아졌다.
오이 반입량은 휴업일 전후 87.4% 늘었다. 가격 변동을 전부 휴업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출하가 특정 날짜에 몰릴 때 생기는 위험을 보여주는 수치다.
도매시장 종사자들의 휴식권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장시간 야간노동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정당하다.
문제는 이를 시장 전체의 동시휴업으로 해결하는 동안 농민의 출하권을 얼마나 고려했느냐다. 교대근무나 시장별 휴업일 분산, 대체 거래방식 등 피해를 줄일 방법부터 따졌어야 한다.
의사결정 구조도 돌아볼 대목이다.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위원 20명 가운데 생산자 대표는 3명, 수산부류를 제외하면 농산물 생산자 대표는 2명뿐이다.
산지의 목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시장 운영의 편의가 농민의 부담으로 옮겨가는 건 아닌지 물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휴업 일정이나 여부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시장 운영 권한은 개설자인 지방정부에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조정 책임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다. 주요 시장의 휴업일을 조율하고, 산지 출하 피해를 분석하며, 거래가 끊기지 않을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농식품부가 주도해야 할 과제다.
도매시장 휴업 논의는 대통령의 유통개혁 주문 이전부터 진행됐다. 이를 개혁에 대한 반발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유통혁신을 약속한 정부 아래서 농민의 판로가 좁아지는 상황만큼은 그냥 넘길 수 없다.
시장의 주인은 시장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농산물을 보내는 농민과 그것을 사 먹는 소비자도 있다. 유통개혁은 그들의 시간을 기준으로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