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을 3.4~3.6%로 상향한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과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반영됐다. 특히 이번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는 한국의 견조한 성장과 재정여력이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한국의 달라진 위상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태국 방콕에서 총 25건의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다자회의 5건, 양자면담 18건, 4자면담 1건, 외신 인터뷰 1건이다. 지난 15일에는 하루에만 11건의 일정을 소화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강행군이었다. 많은 일정을 소화한 건 이 부총리의 단순 의지가 아니었다. 상견례를 겸해 이 부총리와 면담을 요청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 호황과 맞물려 한국 경제에 대한 주목도가 커진 방증이다. 현지에선 한국의 성장률, 재정여력 등에 관심이 컸다.
실제로 방콕에서 한국의 달라진 상황이 포착됐다. IMF는 연차총회 기간에 맞춰 지난 13일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했다. 한국의 성장률은 3.3%로 무려 0.7%포인트나 올려잡았다. 선진국 평균(2.1%)을 크게 웃돈다.
IMF는 지난 14일 발표한 '재정점검 보고서'에서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비율 전망치를 2031년 기준 49.7%로 예측했다. 지난 4월(63.1%)과 비교할 때 그만큼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최지영 IMF 상임이사는 "세계 경제의 부정적인 압력이 있는 와중에 한국의 성장률이 상승했다"며 "선진국 중 정책여력(Policy room)이 늘어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한국만 긍정적으로 차별화돼(Isolated) 있다"고 강조했다. 차별화의 직접적인 배경은 반도체산업 호황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각국의 관심도도 올라갔다.
이 부총리도 지난 16일 동행기자단과 만나 올해 성장률이 3.4~3.6%에 이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기존 정부 전망치는 3.0%였다.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성장 흐름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전망치를 상향했다.
국제사회에서 위상도 올라갔다. 이 부총리는 지난 15일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회의에도 초청받아 참석했다.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지만 지난 5월에 이어 연속으로 회의에 초청받았다. 한국 재무장관이 G7 재무장관회의에 연속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에는 방콕에서 이 부총리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프랜시스 브룩 미국 재무부 부장관이 4자면담을 진행했다. 양국의 재무부와 중앙은행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면담한 것은 처음이다. 4자면담의 의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면담이 성사된 것 자체만으로도 양국 재정·통화당국의 공조의지를 확인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