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중동 불안에 따른 달러 강세에도 1320원대 초반까지 내려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반도체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 하락을 이끄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원화 강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323.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24년 10월 2일(1319.3원)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다. 지난 22일 기록한 연저점(1324.2원)을 다시 경신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326.9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1320.6원까지 하락했다. 장중 기준으로도 직전 거래일 저점(1321.2원)을 밑돌며 올해 최저치를 새로 썼다.
대외 여건은 원화 강세에 불리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커졌다. 지난 주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각각 3.14%, 3.82%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15bp(1bp=0.01%포인트) 오른 4.9945%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 상승을 억제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352.8원에서 이날 1323.1원으로 이달 들어 29.7원 하락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환율 하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반도체 네고 물량은 정규장에서 상단을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상반기처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역송금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국내 외환시장에서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흐름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환율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강달러 압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달러를 이기는 강세를 전개하고 있다"며 "예상대로 강달러 압력이 점진적으로 완화된다면 원/달러 하단이 더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말까지 적정 환율 범위는 1250~1390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최근 가파른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을 고려하면 1270~1280원 부근에서는 하락세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도 1320원으로 낮춰 잡았다. 그는 "명목 실효환율이 기준선 100이 되기 위해서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230~1250원이 되어야 한다"며 원화 가치가 향후 1~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일시적으로 적정 수준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