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위험자산 70% 상한' 완화, 국민연금 참여도 검토…'쥐꼬리 수익률' 개선될까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10.29 15:51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정부가 기금형 도입과 위험자산 한도 상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퇴직연금 강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연 2%대에 머무르고 있는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지 주목된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2024년 적립금 400조원을 돌파한 이후 1년만에 500조원을 넘어섰으며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의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지만 연 평균 수익률은 2%대로 저조하다. 지난해에는 증시 호황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인 6.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국민연금(18.82%), 사학연금(18.9%), 공무원연금(17.2%) 등 다른 연금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퇴직연금에 대한 무관심과 전문성 부족으로 적립금의 대부분을 현금성 자산으로 방치한 영향이다.

/자료제공=고용노동부

낮은 퇴직연금 가입률과 가입자들의 빈번한 중도인출도 퇴직연금의 노후 안전판 역할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다. 최근 10년간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6.5%에 불과하며 노동자 가입률도 2017년 이후 50%대에서 정체 중이다. 내 집 마련 등을 위해 중도에 퇴직연금을 수령하는 경우도 많아 노후소득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 사업장 퇴직연금 사외적립 의무화 △퇴직연금 담보 대출상품 출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위험자산 한도 상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퇴직연금의 외부 금융기관 위탁을 의무화해 퇴직금 체불 등을 예방하고, 기금형 도입과 위험자산 한도 상향 등을 통한 수익률 제고로 노후소득 보장성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기금형의 경우 금융회사 등 전문기관이 가입자들의 적립금을 한 데 모아 운용한다는 점에서 각 개인이 개별적으로 운용지시를 해야 하는 계약형보다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기금형은 △금융기관 개방형(금융회사 단독 또는 컨소시엄, 영리형 주식회사) △연합형(복수 사용자 또는 전국단위 노사단체 연합, 비영리법인) △공공기관 개방형 3가지 유형으로 설립된다.

금융기관 개방형과 연합형은 민간이 운용주체(수탁사)가 돼 기금을 운용하는 방식인 반면 공공기관 개방형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기관이 퇴직연금 운용을 맡는 방식이다. 현재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이 대표적인 공공기관 개방형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수익률 측면에서 보면 국민연금은 세계 상위권에 해당한다. 지난해에는 증시 호황 덕분에 역대 최대인 18.82%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세계 5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15.1%) △일본공적연금(12.3%)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12.2%)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7.7%) △네덜란드 공무원연금(-1.6%)을 넘어서는 세계 1위 수익률이다. 1988년 국민연금기금 설치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 역시 연평균 8.04%를 기록했다.

푸른씨앗도 2022년 도입 이후 △2023년 6.97% △2024년 6.52% △2025년 8.67%로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을 상회한다. 푸른씨앗은 채권 등 안전자산에 70% 이상 투자해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퇴직연금 대비 높은 수익률로 차별화를 보였다.

기존 계약형에서 70%로 제한된 위험자산 한도를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은 높은 기대수익률 만큼 손실 가능성도 높지만 장기투자 측면에서 보면 손실의 위험성을 일부 상쇄 가능하다.

관건은 기금형 도입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를 불식 시키는 것이다. 퇴직연금은 국민의 노후 안전판이라는 점에서 수익률 만큼이나 안정성도 중요한데 기금형으로 운용할 경우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운용한다는 점에서 정보 비대칭, 도덕적 해이 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에 정부는 법률에 가입자 이익 최우선의 원칙을 규정하고 의무위반 시 수탁법인에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수탁자책임을 부여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퇴직연금의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가입자 상당수는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참여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운용의 목적과 허용위험이 상이한 두 기금을 동일 포트폴리오로 운용할 수는 없다"며 "국민연금이 OCIO(외부위탁운용) 운용사로 참여하는 방안은 민간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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