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듀오 개코는 힙합신에서 가장 오랫 동안 리스펙트를 받고 있는 현직 플레이어다. Z세대 래퍼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랩을 했던 그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지 않는 전성기를 보여준다. 함께하는 동료가 잠시 맛집 탐방에 한눈을 팔아도 그는 오직 음악길만 걸으며 늙지도 낡지도 않는 모습으로 '국힙'의 표상이 됐다.
힙합신은 무엇보다도 트렌드에 민감하다. 그 트렌드라는 게 물론 물건너온 미국의 것이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래퍼들은 유행을 따라야 생존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유행 패턴은 빠르게도 바뀐다. 어제만 해도 핫했던 비트가 하루아침에 구린 것으로 취급받는 순환이 빠르고 잦게 이뤄진다. 과거 어떤 명성을 떨쳤든지 간에 낡아 보이는 순간 힙합신에선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만다. 한때 잘나가던 래퍼들이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해 낡은 랩을 들려주면, 돌아오는 건 불합격과 까마득히 어린 후배 래퍼들의 조롱뿐이다. 더블케이, 넋업샨, 주석, 얀키 등 1세대 래퍼들을 내세웠던 Mnet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가 흥행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랩을 하든 낡지 않은 태를 보여주는 게 힙합신에선 가장 중요하다.
이제 탈모를 걱정하는 나이가 된 개코도 1세대 래퍼 중 한 명이다. 나이는 41살, 랩 경력은 21년. 강산이 두 번이 바뀔 동안 랩을 해왔고, 자신의 히트곡만으로 3시간짜리 공연을 소화한다. 그는 힙합이 하류 취급 받아온 때부터 어둡고 작은 클럽에서 랩을 해온 사람이다. 그때 클럽에서 함께 공연하던 동료들은 하나 둘 도태되어 이제 신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개코는 1세대 래퍼의 유일한 존재이자, 생존자다. 이는 취향이나 유행 타지 않는 정공법 랩 스타일이 큰 역할을 했다. 탄탄한 발성에 비음섞인 하이톤을 섞어 묵직하게 랩을 뱉어내는. 사방을 뚫고 나오는 화려한 플로우로 정신을 쏙 빼놓는다. 여기에 트렌드를 교묘하게 얹어내며 젊은 감각을 동반한다. 비트나 멜로디 역시 마냥 작품성에만 매몰되지 않고 대중적인 요소를 가미해 힙합신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특별할 건 없지만 독보적이고, 마냥 새롭진 않지만 낡지도 않는다.
방영 중인 '쇼미더머니10' 속 그의 모습은 존경심마저 갖게 한다. MC를 보는 김진표 다음으로 맏형인 그는 꼰대가 아닌 어른으로서 그곳에 존재한다. 철지난 속사포랩으로 힙합신에서 은근한 무시를 받는 조광일을 자신의 팀에 데려가고는, 그를 위해 열마디 조언보다 진심을 담은 노래 하나로 멸시의 시선을 인정으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함께 무대에 올라 옆이 아닌 뒤에서 랩이 아닌 노래를 부르며 모든 주목을 조광일에게 돌린다. 이런 개코의 모습은 어른으로서의 바른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특히 디스전에서 상대팀인 머드 더 스튜던트가 그의 탈모를 언급하며 비아냥거려도, 결코 랩으로는 까지 못하는 근본적인 방어막까지 탄탄하다. 게다가 '쇼미더머니'의 프로듀서는 잘 나가는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앉을 수 없는 자리다. '쇼미더머니' 프로듀서라는 타이틀 자체가 개코의 현재 입지를 보여준다.
'쇼미더머니10' 프로듀서로 함께 활약하는 자이언티를 비롯해 크러쉬, 사이먼 도미닉, 이센스, 리듬파워 등을 배출한 것도 개코다. 그는 실력 좋은 현직 플레이어면서, 좋은 선구안과 감각을 가진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그의 소속사 아메바컬쳐가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순 있어도, 결코 신에서 도태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리스펙트 받기가 힘든 이 신에서, 개코는 세월을 거듭하며 리스펙트를 뛰어넘는 존엄을 받는다.
이러한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개코는 일단 무대 위에서 시쳇말로 '죽여준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최고다. 아이돌도 아닌데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을 꽉 채우는 국내 래퍼는 아마 개코, 그리고 그가 속한 다이나믹 듀오뿐일 것이다. 평범한 금요일도 그의 '맵고짜고단' 음악만 틀었다하면 '불타는 금요일'이 되어 버리는, 그리고 최자 없이 'Solo(솔로)'로도 늘 'Career High(커리어하이)'를 찍는, 대한민국 3대 코(개코, 지코, 최배코(최백호)) 중에서도 최고의 코 개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