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줍긴 개뿔"이라는 대사도 우아하게 던지며 웃음을 유발한다. 예상치 못한, 아니 예상했어도 평소 쓰던 말인듯 이질감 없다. 김윤석을 무장해제 시키듯, 관객도 경계심을 무너뜨리게 하며 쑥 끌어당긴다. 그렇게 김성령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영화 '대가족'(감독 양우석)에서 김성령이 뽐내는 매력이다.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가족 코미디. 12월 11일 개봉.
이 영화는 '이승기의 삭발' 장면이 화제를 모았지만, 김윤석의 '연기쇼'가 볼거리다. 그간 김윤석이 출연한 영화에서는 접할 수 없던 김윤석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가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있으니, 바로 김성령이다.
김성령은 '대가족'에서 방여사 역을 맡았다. 방여사는 함무옥이 사장으로 있는 평만옥의 실세다. 함무옥에게 꼼짝 못하는 평만옥의 다른 직원들과 달리, 방여사는 함무옥에게 할 말은 다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극 초반부터 방여사는 함무옥과 예사롭지 않은 관계성을 암시하는 인물이다. 눈치 빠른 관객들이라면, '설마 두 사람이?'라는 상상을 시작할 터. 상상은 극 중반에 다다르면서 화면에서 펼쳐진다.
극 중 방여사는 함무옥과 티격태격, 아웅다웅한다. 방여사는 함무옥의 고성에도 굴하지 않고, 되레 팩트 폭격으로 함무옥의 입을 꾸욱 닫게 만든다. 이 관계성은 깊은 맛이 있다. 분량으로 따지자면, 많지 않지만 등장 자체만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다가 저, 주웠어"라며 함무옥이 퉁명스럽게 전하는 선물을 받고 "어머"했다가, 방에 들어가 선물을 몸에 걸치면서 "오다 줍긴 개뿔"이라고 말한다. 이어 "어우, 우아해"라고 던지는 말은 자화자찬인데, 도무지 반박을 할 수가 없다. 우아하게 웃긴 김성령의 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극 중 함무옥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시선도 무장해제 시키는 김성령의 연기다. 배우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여기에 김성령이 김윤석과 만들어 내는 로맨스는 풋풋한 설렘을 유발한다. 서로 미움이 아닌, 열려 있는 마음으로 그려진 상황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기 때문. 극 중 서로를 향한 구박도 극한의 감정이 아닌, 그간 서로를 응원하며 곁을 지켜온 감정선이었음을 보여주기에 관객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 완료다. 물론 극 후반에 펼쳐질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극적 장치이긴 하지만, 배우도 감독도 허투루 감정선을 그리지 않았다. 덕분에 어른들의 감정 멜로를 완성해 간다.
김성령의 '대가족'에서의 존재감은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오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등장을 하더라도 이질감이 없다. 무엇보다 '대가족'이 내포한 '가족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주요 인물이다. '알고 보니, 주인공이었네'라는 생각을 할 정도다. 김윤석과 만들어 낸 멜로가 극 중 이승기-강한나의 관계성에 덧붙인 곁가지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여기가 진짜 줄기라고 볼 수도 있다.
홍삼 한잔 원샷하고, "어흐"라면서 추임새 내뱉는 연기도 과장없이 극에 몰입하게 하는 김성령의 힘은 대단했다. 김윤석이 개봉 전 '대가족'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성령에 대해 호평을 했다. 김윤석은 김성령과 친해진 계기에 대해 "(이 자리에) 안 계셔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굉장한 능력이 있습니다"라면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그런 게 있어요. 굉장히 편하게 대해주시고, 배려심도 굉장히 뛰어나시고. 주변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시고. 사람들이 다 웃으면서 작업을 하고, 일하게 하는 능력이 되게 좋으신 분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 김성령이 '대가족'에서 보여준 능력은 자연스럽게, 때로 익살스럽기도 하지만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것이다. 재미있는 상상, 캐릭터와 배우 그리고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능력자다. 이것이야말로 명배우의 힘이 아닐까 싶다.
개봉 전, '이승기 삭발'에 가려져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김윤석과 함께 극에 몰입케 하고, 캐릭터에 공감케 하고, 설렘과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하는 김성령이다. 극 중 그의 대사처럼 오다 주운 게 아닌, 찰떡 캐스팅이다.
'대가족' 이전에 김성령은 올해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에서 발칙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 주인공 로기완의 엄마 옥희 역을 맡아 짠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가족과 함께 김성령이 선사할 웃음과 감동을 12월 극장에서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