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의 피해자 김하늘 양의 아버지의 발언으로 인해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장원영의 조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보다는 온전히 추모에 집중할 때다.
故 김하늘 양은 10일 오후 교내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40대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됐다. 해당 교사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질병 휴직을 냈다가 조기 복직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늘 양의 아버지는 생전 하늘 양이 아이브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빈소에 아이브 명의의 근조화환과 하늘 양이 생전에 좋아했던 포토카드를 보냈다. 그러나 부친은 "하늘이의 꿈은 장원영 그 자체였다. 바쁘시겠지만, 가능하다면 하늘이 보러 한 번 와달라"고 장원영의 빈소 방문을 요청했다.
부친이 방문을 요청한 건 장원영뿐만이 아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정치권의 관심을 호소한 부친은 여야 대표의 조문도 요청했다. 그는 "보고 계신다면 여야 대표들이 빈소에 와 주셔서 하늘이를 한 번 만나주시고 제 이야기를 꼭 들어달라"며 일명 '하늘이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에 권영세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하늘 양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여야 대표들과 달리 장원영의 방문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에 장원영의 SNS에는 장원영에게 공개적인 추모와 조문을 요청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장원영에게 추모와 조문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결국 이는 추모 강요 논란으로 번졌다. 하늘 양의 아버지는 "말 그대로 강요가 아니라 부탁이었다. 꼭 보고 싶어 했던 원영 씨를 별이 된 지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아내를 잃은 남편은 홀아비, 남편을 잃은 아내는 과부, 부모를 잃은 자식은 고아라고 부르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일컫는 단어는 없다. 단장(斷腸)의 고통을 느끼는 부모 입장에서 자식의 마지막에 뭐라도 해보려는 심정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부친이 겪고 있을 심적 고통을 고려하면, 그 절박함만큼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장원영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조문을 하지 않는다면 조문을 하지 않는다고 트집잡는 사람들이 분명 생겨날 것이다. 반대로 조문을 하게 된다면 선례를 만든다는 점이 위험하다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누구는 가고 누구는 안 가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장원영의 빈소 방문이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도 전했다. 천 원내대표는 "주제넘은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돌 연예인(장원영)이 조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온당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혹여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나에게 변고가 생기면 내가 좋아했던 아이돌이 조문을 오는 거냐'라는 잘못된 생각을 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추모 강요 논란이 커지며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사라졌다는 점도 아쉽다. 부친의 의도는 이게 아니었겠지만, 하늘 양을 추모하던 분위기는 이내 부친의 발언이 옳은가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그 사이 하늘 양을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나갔다.
지금이라도 필요한 곳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관심이 쏟아부을 곳은 장원영의 빈소 방문 여부나 부친의 발언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하늘이를 온전히 추모하는 것에만 집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