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욕심이 많이 났어요.”
배우 최우식이 ‘멜로무비’를 대한 마음은 이러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막 시작했을 때 그에게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욕심은 최선의 다른 말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한 연기가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이내 작품 이야기를 하며 특유의 잔망미를 되찾은 그는, 한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멜로무비’에 대한 더없는 애정과 열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물이다. 최우식은 극 중 단역 배우에서 영화평론가가 되는 고겸 역을 연기한다. 고겸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형 고준(김재욱) 밑에서 자란 인물이다. 형이 일하러 나가면 고겸은 늘 비디오 영화를 봤다. 그렇게 고겸은 자기 삶의 여백을 채워준 영화를 지독하리 만큼 사랑하게 됐고, 운명처럼 무비(박보영)라는 이름의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한다.
“어느 때보다 욕심이 많이 났어요. ‘그해 우리는’을 함께 한 이나은 작가님과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했고, 그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필모그래피에 로코하면 ‘그래 우리는’ 밖에 없어요. 그 이후에 찍은 로코라 더 잘하고 싶었어요. 욕심이 났고 잘하고 싶었기에 반응을 보기가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1, 2년 전부터 결과가 아닌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과정을 더 중요시 하게 됐는데, 그런 면에서 ‘멜로무비’는 과정이 참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더 애정하고 애틋한 작품이에요.”
‘멜로무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작품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 답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더 순수하게 곁에 있어 주는 이야기가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를 돕고 위로하는 방식이 서툴고 어설프지만, 그런 순수함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며 “깨끗한 순수함이야말로 이 작품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캐릭터의 시선에 따라가는 드라마가 줄어든 것 같아요. 사건사고가 있어야 사람들이 집중하고 좋아하잖아요. 저는 ‘거인’도 그렇고 ‘기생충’도 캐릭터의 힘으로 끌고 가는 극을 할 때 재미를 느껴요. ‘멜로무비’도 그래서 재밌게 봤어요. 사건 중심이 아닌 인물의 감정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 전개가 오히려 요즘 작품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함으로 다가와서 좋았어요.”
‘멜로무비’를 본이라면, 고겸은 최우식이 아니면 결코 안 될 배역이다. 최우식의 맞춤옷처럼 그의 자연스러운 매력이 매 장면 묻어난다. ‘후’ 불면 날아가는 뽀송한 솜처럼 한없이 가벼워 보이다가도, 비가 내리듯 축축한 감정선이 한바탕 쏟아지고 나면 더없는 무게감을 지닌다.
“어찌 보면 저의 단점일 수 있는데 매번 캐릭터를 무(無)에서 창조하지는 않아요. 항상 작품에 제 모습이 투영된 것 같아요. 그 때문에 어떤 역할을 하건 ‘최우식 같은데’라는 게 분명히 생기니까 단점이 되기도 하죠. 그럼에도 그것 또한 저만의 개성인 것 같아요. 제가 편안하고 부대낌이 없으면 더 인물에 체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유독 ‘멜로무비’에서 그의 본연 매력이 짙게 풍기는 건, ‘멜로무비’를 집필한 이나은 작가와의 깊은 소통 덕도 있었다. 최우식은 “영화 ‘기생충’을 함께한 봉준호 감독님 빼고 거의 독보적으로 이나은 작가님과 소통이 제일 많았다. ‘그해 우리는’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하다 보니까 작품 전후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 사이 공백 때도 연락을 나눴다. 대화를 통해서 작가님이 제가 뭘 좋아하고 힘들어하는지 캐치를 하신 것 같다. ‘멜로무비’ 대본을 딱 봤을 때 저라는 사람을 잘 아시는구나 싶었다. 제가 평소 쓰는 농담도 많이 투영됐고, 실제로도 친형이랑 사이가 좋은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우애가 잘 담겼다”라고 설명했다.
“저랑 비슷한 면도 있지만, 이 인물과 실제 저의 다른 점도 있어요. 고겸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직진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요. 화끈까지는 아니지만 솔직한 면도 있고요. 제 실제 성격이 그렇지 않다 보니까 그게 좀 재밌더라고요. 아무래도 서슴없이 자기 표현하는 게 재밌었어요.”
상대역으로 호흡한 박보영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최우식은 박보영의 존재가 “천군만마 같았다”라며 캐스팅 소식만 듣고도 든든했다고. 특히 동갑내기였던 두 사람은 서로 의지를 많이 하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 촬영했다.
“박보영 캐스팅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말도 안 되게 든든했어요. 제가 많이 부족할 거 알고 있고, 배워나가야 하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박보영이 함께한다면 이 작품은 일단 80~90%는 됐구나 싶었죠.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면서도 왜 사람들이 박보영을 좋아하는지 느꼈어요. 좋은 에너지가 있는 배우고, 그래서 좋은 시너지가 나왔어요. 동갑이기 때문에 서로 의지도 많이 했고요. 동갑내기와 호흡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서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었죠.”
시대마다 꼽히는 ‘청춘의 얼굴’이 있다. 최우식은 지금 시대의 ‘청춘스타’다. ‘멜로무비’도 로맨스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안에 격동하는 청춘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그는 “청춘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기다. 그 감정선을 표현하는 게 참 좋다. 과거에는 ‘교복을 입기 싫다’라며 불평했지만, 이제는 청춘 연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라고 희망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굳어진 역할을 맡게 되겠죠. 실장님이나 사장님 같은 역할을 할 날도 오겠지만, 청춘을 연기할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해요.”
극 중 영화평론가인 고겸의 시선으로 ‘멜로무비’를 평해달라고 요청하자 최우식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 같이 답했다.
“잔잔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요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