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무비’ 순정만화로 건너온 뽀로로

한수진 ize 기자
2025.02.18 11:10
'멜로무비' 스틸 컷 /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멜로무비’의 고겸(최우식)은 사연 많은 남자다. 부모님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아홉 살에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형과 세상에 덩그러니 둘만 남았고, 비가 억수로 내리던 어느 날 그런 형마저 불의의 사고를 당했으며, 하필 형이 사고 나기 직전 썸을 타던 여자와는 이 일(병간호)로 더는 만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고겸은 마냥 찌그러져 있지 않는다. 백수나 다름없는 무명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무지막지한 친화력으로 스태프들의 사랑을 받고 주연배우 대신 감독 옆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다. 그런 그도 때때로 견디기 힘든 삶의 무게로 얼굴에 잠시 그늘이 지기도 하지만, 그것에 그리 오랜 시간 잠식당하지는 않는다. 시시껄렁한 가벼운 농담으로 무심하게 툭, 더없이 무거운 시름을 내려놓는다. 어느 정도 할 말은 하고, 상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때때로 거짓된 능청을 둘러쓰는 고겸의 모습은 곱씹을수록 매력적이다.

그런 고겸이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무비(박보영)와 사랑에 빠지는 전개는 ‘멜로무비’가 선사하는 가장 로맨틱한 순간이다. 조금은 성숙한 자아를 지닌 뽀로로가 순정만화로 건너와 ‘치즈인더트랩’의 홍설과 사랑에 빠지는 느낌이다. 어이없을 정도로 우연한 만남이 ‘운명’이 되기를 바라는 집착처럼 반복되지만, 고겸의 능청맞은 얼굴로 피식 웃고 이해하게 한다.

'멜로무비' 스틸 컷 / 사진=넷플릭스

‘멜로무비’는 이런 우연이 로맨틱한 운명이 될 수 있는 약간의 판타지도 제공하지만, 기본적으로 고겸과 무비의 마음을 집착적으로 좇으며 서사를 펼쳐내는 드라마다. ‘고겸과 무비’, ‘고겸’, ‘무비’, ‘고겸과 형(김재욱)’, ‘고겸과 친구(이준영, 고창석)’, ‘고겸 친구 커플(이준영&전소니)’, ‘무비와 아빠(김다흰)’, ‘무비와 엄마(김희정)’ 등 수많은 관계 구조를 지닌 ‘멜로무비’의 멜로(사건의 변화가 심하고 통속적인 흥미와 선정성이 있는 대중극)를 완성한다. 사건 변화는 고겸과 무비의 틀어진 첫 인연과 운명적인 재회로부터, 통속적인 흥미와 자극은 고겸과 형의 절절한 우애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멜로무비’가 지닌 미덕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사건사고 중심으로 흘러가는 요즘의 드라마에서, 드물게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는 정서적 교감이 짙은 드라마다. 그래서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 몰입하게 되고, 자극적인 조미료로 인한 텁텁한 끝맛이 없다.

보통 사람 사는 이야기에 약간의 낭만성이 더해진 ‘멜로무비’에서는 주인공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않아도 마음만은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고, 그런 그들의 사랑을 1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프러포즈로 증명하지 않아도 더없는 울림이 있다.

청춘은 덧없으나, 그래서 완벽한 형태이지 않아도 된다. 청춘 로맨스물 ‘멜로무비’는 그것을 너무도 잘 파고들어서 끝내 시청자를 울리고야 마는 드라마다. 뜸은 좀 오래 들여야 하지만, 일단 그것을 제대로 끝내고 나면 진미(珍味)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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